진념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11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서울캠퍼스에서 한국 경제의 문제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진념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11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서울캠퍼스에서 한국 경제의 문제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⑥ 릴레이 인터뷰 - 진 념 전 경제부총리

진념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박근혜정부가 본질적인 개혁에 ‘실기’했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인수위원회 시절에 정치개혁위원회를 만들어 정치개혁에 집중하고, 노사정위원회도 조기에 출범시켜 기득권층에 희생을 요구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진 전 부총리는 이 같은 실기는 박근혜정부의 ‘전략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지금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제약 요소들을 힘이 있던 정권 초기에 제거했다면 어려운 상황은 맞이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짙은 아쉬움이 배어 있었다. 그는 우리 경제가 내년에도 시련을 겪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럴수록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질의 문제에 집중해 긴 호흡으로 체력을 보강하고 외부환경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진 전 부총리는 인터뷰 말미에 ‘헌신’이라는 단어를 끄집어냈다. “이 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당국자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박근혜정부 성공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겠다는 각오가 돼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선거가 다가오자 철새처럼 부처를 떠나버리는 ‘철새 장관’들을 향한 날선 일침이라는 것을 금세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도 전에 진 전 부총리는 박근혜정부의 ‘4대 부문 구조개혁’이 도대체 무엇이냐고 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는 “노동개혁은 진전이 없고 공공개혁도 연금개혁 외에는 별 것이 없다. 과거 정부가 진행했던 사업들은 전부 문패를 바꿔 버려 정책의 연속성이 없다. 현실 경제의 위기나 문제점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지금 우리 경제가 어떤 상황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일부에서는 2020년이 되면 일본보다 1인당 소득이 높아진다거나, 2050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8만 달러를 넘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가 된다(골드만삭스 발표)는 등의 황당한 얘기만 듣고 본질을 꿰뚫어 보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한국경제의 ‘본질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1997년 외환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한 나라가 한국이다. 당시에는 글로벌 경제 환경이 상대적으로 좋았다.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성공의 자만심 또는 자족감에 빠져 세계 추세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스스로 적시에 변화와 혁신을 하지 못해 환란을 당했다. 그래도 그때는 국민들이 함께 뭉쳤다. ‘금 모으기’도 했고, 4대 부문 개혁을 추진하면서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국민적 합의와 열의가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글로벌 위기가 닥쳤지만, 우리는 외환위기에서 다져진 4대 부문 개혁의 튼튼함과 재정 건전성을 갖고 극복했다. 그런데 지금은 세계 경제 환경도 좋지 않고, 불확실성은 높다. 국내적으로 산업 체질이나 성장 잠재력 추락 등이 겹쳐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경제 환경의 어려움과 국내 체질 약화로 새로운 시련을 맞고 있는데 이런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국내 체질이 약화됐다는 의미는 뭔가?

“얼마 전에 OECD도 성장률을 발표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성장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앞으로 1∼3년 동안은 정상 궤도 회복이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1의 무역 상대국인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중국이 수입을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의 대중국 수출도 줄어들고 있다. 미국은 금리인상 여부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이런 모든 것들이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이고 자금의 이동에 어떤 악재로 작용할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제조업도 문제다. 철강·조선·석유화학 같은 주력 제조업이 과잉공급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은 엔저(엔화 가치 약세)를 바탕으로 우리를 반격하고 있고, 중국은 빠르게 우리를 추격하고 있다. 이것이 현재 한·중·일 ‘경제 삼국지’의 판도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는 ‘제1의 과제’다. 이런 본질적인 문제들에 대해 우리가 과연 온 열정을 다해 대응하고 있는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발의된 서비스산업발전법도 여전히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우리 산업의 새로운 출구가 바로 글로벌 서비스업종이다. 한·중·일을 놓고 보면 우리 국민이 가장 창의적이고 공격적이다. 이것을 열어주는 전략이 필요하다. 서비스산업발전법이 이명박정부 때부터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영리 병원에서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일단 그 문제는 서비스산업발전법과 별도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난상토론을 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예전에도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가장 심각하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저출산·고령화 문제와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청년실업 문제는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해결책들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찾아보면 나온다. 저출산 문제는, 젊은이들이 1차적으로 일자리가 없고, 2차적으로 살 만한 집이 없고, 3차적으로 애를 낳아봐야 믿고 맡길 보육시설이 없기 때문에 나타난다. 공공 어린이집은 1년을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정부가 왜 존재하나. 이런 국민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공공 어린이집 사업이 바로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사업이다. 전국에 어린이집 형태로 4만4000개가 있는데, 공공 어린이집은 10%도 안 된다. 이야말로 정부가 장기 투자해야 할 부분이다. 10년 투자를 앞당겨서 해도 좋을 일이다. 보육교사 10∼15명 정도를 채용해 3년 이내에 1만 개의 공공 보육시설을 짓는다고 할 때 10조∼12조 원 정도 예산이 들 것이다. 민간 보육시설을 고려해 생각해 보면 7만 개 정도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할 것이다. 이런 사업들을 위해서는 ‘원포인트 추가경정예산(추경)’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협력하면 국민들도 뭐라고 못할 것이다.”

―박근혜정부 경제팀에 대해 평가한다면.

“애는 많이 쓰는데, 국회선진화법 등 환경이 옛날보다 안 좋다. 애는 많이 쓰지만 애쓴 만큼 뭐가 보이지 않는 게 문제다. 당장 성과를 내라는 의미가 아니고, 이렇게 가면 희망이 보인다는 신뢰감을 국민들에게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 취업난은 실업률이 한때 11%를 웃돌 만큼 일자리를 못 구하니 소득이 없고 그러니 소비가 줄고 다시 내수가 위축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일부 주택경기 활성화는 잘된 일이지만 지속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니다. 현상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 없겠지만, 본질을 보고 구조조정이나 경제 체력을 보강하는 데 더 노력해야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언제 하느냐의 문제지, 단기적으로는 인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세계 경제가 미국 금리인상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물론, 국제 금융시장에 변동성이 높아져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은,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나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미국이 금리를 1%포인트씩 무작정 올리지도 않을 것이다. 금리가 올라도 미세조정해서 오른다는 말이다. 우리는 거기에 맞게 대응하면 된다. 다만, 자본의 이탈에 대응해 스와프 같은 것을 확충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문제는 가계부채다. 단기 부채를 중장기로 갈아 끼우면서 극복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내년 경제를 전망해 본다면.

“내년도 어려운 시련의 한 해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2% 중·후반대의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3% 수준까지는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하방 리스크가 어떻게 작용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이럴수록 본질의 문제에 접근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긴 호흡으로 체력을 보강하고, 경제상황에 대해 위기의식을 갖고, 국민적 합심을 이끌어나가는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 나간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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