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말 주한미군으로 평택에서 1년간 근무한 인연으로 한국연구를 시작한 존 메릴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객원연구원. 20대 청년은 이제 머리가 하얀 노신사가 됐지만, 한반도 문제에 대한 열정과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 국무부 정보조사국에서 은퇴한 뒤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메릴 연구원이 지난 10월 29일 서울 시내 한 호텔 정원에서 한국의 늦가을을 즐기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1960년대 말 주한미군으로 평택에서 1년간 근무한 인연으로 한국연구를 시작한 존 메릴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객원연구원. 20대 청년은 이제 머리가 하얀 노신사가 됐지만, 한반도 문제에 대한 열정과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 국무부 정보조사국에서 은퇴한 뒤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메릴 연구원이 지난 10월 29일 서울 시내 한 호텔 정원에서 한국의 늦가을을 즐기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존 메릴전 美국무부 INR 동북아국장

존 메릴(72) 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객원연구원은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INR)에서 30년 가까이 북한을 비롯해 한반도 전반을 분석해온 전문가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인 1987년 국무부에 들어가 정보분석 업무를 하다 지난 2014년 은퇴했다. 그는 워싱턴에서 한반도 문제를 가장 깊이 있게 접근해온 이로 정평이 났지만 대중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업무 특성상 언론 접촉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요즘 들어 신문에 칼럼을 쓰고 공개세미나에 적극 나서면서 대중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서울에서 열린 동북아 관련 세미나 참석 차 방한한 그를 지난 10월 29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나 최근의 한반도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원래 그와는 2005년 워싱턴에서 일할 때 인터뷰 약속을 했던 적이 있는데 국무부에서 최종승인이 나지 않는 바람에 싱겁게 식사만 하고 말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만남은 10년간 유예된 약속의 이행이기도 하다. 긴 세월이 흘렀지만 그는 무릎이 약간 불편해진 것 외에는 달라진 게 없었다. 눈빛은 여전히 형형하고 질문을 던지기가 무섭게 “동의할지 모르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며 단도직입적으로 견해를 밝혔다. 그의 얘기를 들으면서, “지난 30년간 어떻게 참고 살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국무부에서 나오니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다”며 빙그레 웃었다.

―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 사건 후 한반도 정세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북한의 지뢰도발 사건이 남북한 협상으로 잘 해결되면서 새로운 대화 모멘텀이 생겨났다. 이제 천안함 폭침 이후 북한에 부과된 제재에 대해 재검토할 시점에 온 것 같다. 북한이 우호적으로 행동할 경우 박근혜정부는 대북 제재해제 여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현 상황은 제재를 그대로 지속하기보다는 새로운 모색을 해야 할 국면이다. 북한의 철도, 통신 등 인프라 개발 문제에 대해 한국정부가 관심을 갖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 제재에 대해 새로운 모색을 해보자는 발언은 제재해제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제기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나는 제재를 강력히 지지하는 편은 아니다. 북한에 대한 제재문제를 잘 판단해 현국면에서 풀 것은 풀어야 한다.”

― 그럴 경우 금강산관광 해제 등이 우선적인 검토대상에 오를 텐데.

“여러 현안에 대한 재검토를 면밀하게 해서 뭘 먼저 풀고 뭘 나중에 해야 할지는 한국정부가 판단할 일이다. 박왕자 씨 피격사망 사건과 같은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등에 대한 합의가 마련된 상황에서 해제 문제가 논의돼야 할 것이다. 북한에 대해 정책을 펴가는 데 있어 한국정부가 주도성을 견지해 나가야 한다.”

―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로서 한국의 주도성을 강조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보인다.

“솔직하게 말해 미국의 대북전문가들은 대개 스테레오 타입의 북한정책을 펴려 한다. 진짜 북한 전문가들은 이곳 한국에 있는 만큼 여기서 주도해야 한다. 물론 한국에서는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정치적 논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정책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 노무현정부 때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한국이 대북정책을 수립하고 미국을 설득하고 관철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 이후에는 그런 목소리가 사라진 것 같다.

“나도 그런 의견에 동의한다. 미국은 한국이 북한에 대한 정책을 만들고 설득하면 이해할 것이다. 지난 8월 DMZ 지뢰 사건을 보자. 2명의 병사가 다리를 다치는 비극이 발생했는데 그 사건 이후 남측은 북측과 협상을 했고 이산가족 재상봉을 합의해냈다. 그런 것에 대해 미국은 이해한다. 한국이 새로운 대북정책을 모색하면서 미국에 설명하고 설득한다면 그렇게 될 것이다.”

― 박근혜정부는 북한과의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맞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제 중국이 북한 문제의 플레이어로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의 권력 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오랜 시간 협의를 했다. 이것은 좋은 징후다. 그간 모두들 북한이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북한이 그런 행동을 하지 않고 좀 더 긍정적인 쪽으로 선회한다면 모두의 이해관계에 부합하게 될 것이다. 이번 동북아 평화협력 포럼에 참석한 러시아의 게오르기 톨로라야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연구원은 지금 필요한 것이 북한에 대한 인프라 투자라고 주장하더라.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 전기 및 철도 연결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이 지역의 경제를 부양하는 효과가 날 것이고, 정치적 긴장도 완화될 것이다.”

― 지금 언급한 프로젝트들은 노무현정부 때 추진됐던 것들인데.

“글쎄, 그렇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한국의 대북협상팀이 지뢰 문제를 대화로 잘 풀어낸 만큼 이런 모멘텀을 살려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북한이 언제든 군사적으로 남측에 위해를 입힐만한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지뢰도발 후 남북대치 국면에서 북측이 가동 중인 잠수함이 50개로 드러났는데 그것은 대단한 규모다.”

― 숫자는 그렇지만 능력엔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능력에 대해선 나도 정확히 모르지만 과연 한·미 양국이 그 북한의 잠수함 활동을 제대로 추적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북한이 그 잠수함을 통해 한국을 공격하려고 마음먹으면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다. 한국은 동해안 지역에 원자력발전소가 집중되어 있는데 북한이 잠수함을 이용해 병력을 투입해 그런 시설 공격에 나선다면 한국은 아주 큰 위험에 처한다. 더구나 북한은 20여 개 이상의 핵탄두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정책을 견지해왔는데 그것은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그게 내 생각이다.”

― 전략적 인내정책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접근법인데 그렇게 평가하는가.

“그렇다. 물론 한 시기에 그런 정책이 합리화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오스트리치 정책이다. 오스트리치는 몸만 크고 멍청한 새인데, 위협을 받게 되면 도망가는 대신 머리만 모래 속에 숨긴다. 전략적 인내는 꼭 오스트리치와 같은 정책이다. 전략적 인내가 일정한 시점에 의미가 있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북한의 위협이 점점 심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포기 가능성이 점점 없어지는 상황에서 그 전략에 매달리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우리는 북한이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 못하게 하고, 핵 능력을 중단시키는 데 협상을 집중해야 한다.”

― 그래서 남과 북이 현시점에서 협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가.

“물론이다(definitely).”

― 현재 한국의 여론은 갈라져 있다. 북한에 대해 좀 더 강력한 제재를 하자는 의견과 대화를 통해 풀자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 형국이다.

“제재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효과도 적고 오히려 역기능(back fire)이 크다. 대표적인 사례가 2차 세계대전기 일본이다. 1940년 미국은 일본에 석유 등 에너지 금수조치 등을 내렸는데 역사학자들은 그것을 일본의 진주만 공격 원인으로 꼽는다. 미국이 석유 금수 조치 등을 하자 일본의 야마모토 이소로쿠(山本 五十六) 해군제독은 일본이 전쟁에서 미국에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진주만을 공격한 것이다. 역사적 사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 제재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크다는 입장인데.

“사람들은 한국의 안보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모른다. 북한을 아주 신중하게(carefully) 잘 다뤄야 한다. 단지 관념적으로 대북관여정책을 펼 것인가 또는 강력한 대북 제재를 가할 것이냐 판단해서는 안 된다.”

― 이란 핵협상이 타결된 것을 보면 그 반대의 주장도 가능하다. 초강력 제재가 있었기 때문에 이란 핵협상이 풀릴 수 있었다는 시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란은 북한이 아니다.”

― 이란의 협상이 가능했던 것은 미국과 유럽의 대이란 강력제재가 강력하게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만 현국면에서 북한은 중국과 관계를 증진하고 있다. 우리가 북한에 어떤 제재를 가하더라도 중국이 있는 한 그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최근 신문에서 평양의 사진을 봤는데 상점이 번창하더라. 그 모든 것이 중국에서 들어온 것이다.”

― 그래서 중국이 제재의 빈 구멍이라는 주장이 나오지 않느냐.

“나는 중국의 접근법이 더 나은 것이라고 본다. 미국정부조차도 북한에 대해 추가 제재를 가하는 데 회의적이다.”

― 그래서 포용정책 지지자가 된 것인가.

“나는 김대중식 햇볕정책 지지자라기보다 박근혜식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지지자라고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 왜 신뢰프로세스가 더 낫다는 것인가.

“남쪽에는 북한의 붕괴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김정은은 집권 3년째에 들어 북한을 점점 더 장악하고 컨트롤하고 있다. 경제도 좋아지고 있는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의 붕괴를 기다리며 정책을 추진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러니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하는 신뢰프로세스가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보파트 인사들 가운데 북한을 오래 들여다본 사람일수록 북한을 긍정적으로 보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다.

“긍정적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객관적으로 되려고 노력한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여전히 많은 이들이 북한을 악마화(demonize)하려는 경향이 있다.”

―북한을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악마화한다고 보는 것인가.

“그렇다. 북한을 악마화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고 나면 제대로 분석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을 먼저 이해하고 나중에 비판하자는 것인가.

“그렇다. 그게 내가 견지하는 시각이다.”

―그런 접근법은 우선 북한을 그 자체로 보자는 것이고, 그런 경향은 필연적으로 북한에 대한 긍정적 인식으로 흐를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북한의 나쁜 행태에 대해서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서 그는 아이폰을 꺼내 파일을 찾았다. 남북한의 주요일지가 빼곡히 담은 파일을 찾더니 2009년 대청해전 파일을 눌러 보여주며 말을 시작했다.

“2009년 11월 10일 서해 대청도에서 북한 선박이 한국 선박 5척과 접전을 벌인 결과 북한 병사 12명이 사망했다. 그러고 나서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했고 이듬해 봄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했다. 내가 보기에 천안함 폭침 사건은 대청해전과 연결된 것이다.”

―그렇게 보는 시각은 새로운 것인데.

“천안함 폭침 사건은 대청해전에 대한 북한의 복수다(그는 한국말로 분명히 ‘복수’라는 표현을 썼다). 당시 6자회담 프로세스가 진행 중이었는데 이로 인해 회담은 아주 많이 지연됐다. 우리가 좀 더 선제적으로 적극적으로 움직였으면 천안함 폭침 사건은 예방할 수 있었다.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에 있던 서재정 교수가 당시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 북한이 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주장을 해서 논란이 많았다. 북한의 행태를 연대기적으로 관찰해온 학자로서 나는 천안함 폭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많은 것을 그렇게 연대기적으로 분석한다. 나는 액션과 리액션의 역사를 분석하면서 한국전쟁을 연구했다.”

그는 한국전쟁에 대한 미군의 비밀문서 등을 바탕으로 한국전쟁을 연구해 델라웨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박사학위논문을 보완해 ‘한국전쟁의 기원’(1989)을 출간한 바 있다.

―북한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고 보는가.

“북한의 경제가 점점 좋아지면서 경제적 혁신도 이뤄지고 있다. 또한 시장경제가 북한 전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기사를 최근에 봤다.”

―국가가 아무것도 인민들에게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이 확산되는 것 아닌가.

“어떤 이유에서건 간에 시장이 확산되는 것은 좋은 변화다.”

그는 북한의 시장이 확산되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레이건의 행정부 때의 대북 정책변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나는 레이건 행정부 때 국무부에 들어왔다. 당시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게스턴 시거였는데 나는 그와 많은 얘기를 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기간에 그는 북한이 방해를 하기 위해 대남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서 시거 차관보는 북한의 공격을 사전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새로운 대북정책을 준비했는데 그게 바로 신중한 방안(modest initiative)이었다. 북한이 서울올림픽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미국이 북한에 관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말하자면 레이건식 대북개방정책을 준비한 것이다. 그때 우리는 북한 측에 과학 학술 문화 교류를 하자고 제안 했다. 전략적인 물자 이외의 것에 대해선 허용을 하자는 생각이었다. 이런 정책은 아주 보수적인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이다.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전형적인 보수적 접근법은 시장이 작동을 하게 하는 것이다. 소련도 국제적인 교역을 하고 대외교류를 강화하면서 점진적 변화가 일어나게 됐다. 제재를 북한에 가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그런 움직임이 싹트고 성장하며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묵살하고 제거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내 생각이다. 얼마나 더 그런 상황이 지속되고 달라지느냐는 각 나라의 조건에 달렸다. 이런 것에 대해 한국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얘기가 설득력 있다고 보는가.”

―글쎄….

“약간이라도 그렇다고 보면 좋은데.”

―박근혜정부도 레이건정부처럼 북한에 접근해야 한다고 보는가.

“북한이 도발행동을 하지 않는 한 레이건 때와 같은 변화된 대북접근법을 펴야 한다고 본다.”

―김대중정부 때처럼 돈을 주고 정상회담은 하지 않더라도 관여정책을 해야 한다는 것인가.

“물론이다. 북한이 도발행동을 하지 않고 적절하게 행동하는 한 스텝 바이 스텝으로 그런 정책을 추진해보자는 것이다.”

―북한이 그렇게 적절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보는가.

“나는 류윈산 방북 이후 북·중 관계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중국정부가 김정은에 대해 비판하는 인터넷 글에 대해 제재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던데 그런 것이 북·중 관계 개선의 신호탄일 수 있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 개혁 가능성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으로 보는가.

“그간의 변화상황을 보면 김정일 장례식 때 주변에 있던 고위인사들은 모두 제거됐다. 김정은이 견지하는 핵경제병진정책은 경제회생정책으로 집중한다는 것이다. 과거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행정부 때 뉴 룩 정책이란 게 있었다. 그 정책에 따라 미국은 전술핵무기 개발을 했는데 그러고 나서 우리는 재래무기에 투입될 돈을 절약할 수 있었고 우리는 새로운 변화를 추구했다. 김정은은 핵 개발을 통해 안보문제를 해결했으니 경제회생 쪽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그렇기 때문에 대북경협이 김정은 체제를 용인하고 지원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런 우려에 대해 나도 이해한다. 그렇지만 내가 북한에 전략물자까지 지원할 수 있는 제재해제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상업교류를 하는 게 일종의 도박일 수도 있지만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한국 측에 대북 도박을 하라는 것인가.

“북한이 적절하게 행동하는 한 시도해보자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일부 보수인사들은 핵 개발을 자체적으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전쟁을 하지 않으려면 뭔가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 해볼 만한 정책이라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일 때 서울과 워싱턴에서 몇 번에 걸쳐 긴 대화를 한 적 있다. 그는 북한에 대해 아주 정보가 많았고 판단이 정확했다. 그는 실제 북한지도자 김정일을 만나 협상을 한 인물이다.”

―그것은 협상이 아니라 회동이다. 2002년 박근혜-김정일 평양회동 뒤에도 박 대통령을 만났는가.

“김정일을 만났기 때문에 그를 만난 게 아니지만 그 후에도 만난 것은 사실이다.”

―박근혜-김정일 평양회동이 성공적이었다고 보는가.

“상당 부분 그렇다고 본다. 남북대화를 시작한 인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의 정책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래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신뢰한다.”

―미국 학자 중에서 박근혜식 대북정책에 대해 가장 우호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것 같다.

“내 의견에 대해 누구도 동의하지 않는다. 몇 년 전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되기 전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돈 오버도퍼 당시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장 등과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눴다. 그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 아주 오래 생각해온 것 같더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어떻게 전개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대북 신뢰정책을 펴나가되 눈을 크게 뜨고 북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며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한국에 가하는 심각한 안보위협을 이해하면서 정책을 펴야 한다.”

― 이명박정부가 핵 문제를 전면에 둔 것과 달리 박근혜정부는 핵 문제를 후순위에 놓으려는 것 같은데.

“핵 문제는 아주 중요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실용적으로 문제를 보자면 북한이 여하튼 일정수준의 핵을 갖게 됐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을 남북 간에 풀기란 아주 어려운 게 사실이다. 따라서 그들의 핵 능력을 현 수준에서 묶고 위협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올 한 해 한·일 간의 역사갈등이 심했는데 미국여론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수정주의에 대해 용인하는 듯한 느낌이다. 왜 그런가.

“맞다. 미국사람들은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고, 한·일갈등에 개입해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슈들에 대해 나는 대개 한국 편에 섰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아주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많은 논란을 낳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이 문제에 정통한 사람은 아니지만 교과서가 약간 좌편향되어 있다 하더라도 과도하게 바로잡으려는 시도는 신중해야 한다. 한국의 역사교과서 논란은 일본정부에도 일정한 파장을 미칠 수 있다. 일본은 그래도 대여섯 가지 중에서 고르게 하는 검인정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이 국정으로 한다고 하면 일본이 어떻게 생각할지 잘 모르겠다. 나는 기본적으로 이 문제는 학자들에게 남겨두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 이미숙 국제부장 muse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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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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