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규 / 서울대 교수·경영학

좀비 기업(企業)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이제야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 11일 금융감독원과 채권은행들은 법정관리 및 워크아웃에 들어갈 중소기업 175곳을 확정했다. 조만간 대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 대상 기업 선정 결과 역시 발표될 예정이다. 채권은행들은 지난 6월 572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신용위험도 평가를 마쳤고, B등급 판정을 받은 200여 대기업을 놓고 재심사를 하고 있다.

이번에 실시할 구조조정 작업은 먼저 숫자와 규모 면에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512개) 이후 최대이며, 대상 업종 역시 전자 부품과 기계·장비, 자동차, 식료품 등 매우 광범위하다.

내수 경기의 침체와 높은 실업률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실행 시기를 놓고 이견이 있지만,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날로 커지고,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시권에 들어와 있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실질적인 시간적 여유가 없다. 따라서,이번에 실시할 구조조정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원칙(原則)과 실행 방안들이 있다. 먼저,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대원칙으로는, 한국 경제의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단 시간 안에 실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구조조정은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희생을 요구해야 한다. 노조에는 고용과 임금 수준에 대한 양보를 요구할 것이고, 협력 업체에는 납품 규모 축소를, 은행과 채권단에는 재무적 피해를, 국회에는 득표에 도움되지 않을 수 있는 법안을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보는 자세로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실은 배는 바닷속으로 침몰할 수밖에 없다.

이런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세 가지 실행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한 선정 작업의 정확성과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 대상 기업 선정의 정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이해관계자의 반대와 저항을 극복할 수가 없다. 선정 과정의 투명성을 제고시켜야만 선정 결과의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소수라도 부당하게 구조조정 대상 기업으로 선정되는 일이 있게 된다면 구조조정 노력 전체에 대한 신뢰도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기업 차원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최근 일부 그룹에서 추진하고 있는 기업 간 자발적 빅딜 노력처럼 기업 간 구조조정 과정에 외부의 영향력이 작을수록 이해관계자의 공감대와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쉬워진다. 정부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과의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통해서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미래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 사업들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첨단 기술 분야나 제약산업과 같이 장기간에 걸쳐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사업들을 단기적인 재무적 관점에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 첨단 산업 분야의 전형적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한국 경제 전반의 재무적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미래 성장 산업의 씨앗을 제거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작업은 이미 시위를 떠났다. 구조조정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 모두가 서로의 눈치를 보는 자세를 포기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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