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향후 산업의 판도를 이끌기 위해 인재 확보에 박차를 가하면서 인재경영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삼성 신입사원들이 ‘삼성인’의 가치와 정신을 공유하기 위한 내용의 ‘그룹 입문교육’(SVP)을 받고 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기업들이 향후 산업의 판도를 이끌기 위해 인재 확보에 박차를 가하면서 인재경영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삼성 신입사원들이 ‘삼성인’의 가치와 정신을 공유하기 위한 내용의 ‘그룹 입문교육’(SVP)을 받고 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① ‘사람’에 투자하는 경영대기업들 오디션 채용 시도
스펙 대신 잠재력으로 평가
창의력 발휘하게 적극 지원

30대그룹 채용은 감소추세
핵심인재 양성에 미래 달려

“블라인드·상시 채용 늘리고
능력 위주 인사시스템 시급”


장기간의 경기 침체와 내수 침체로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글로벌 경영 환경 역시 한 치 앞을 못 볼 정도로 급변하면서 기업 경영에 인재 등용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시계(視界) 제로의 환경일수록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틈새시장과 새로운 가치에 주목해 투자와 실행을 이끌어 냄으로써 위기를 극복할 경쟁력을 지닌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고용 위축 속에서도 기업들이 인재의 확보 및 발굴에는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문화일보는 변화와 창의적 발상을 통해 영속기업이란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들의 글로벌 인재 확보를 위한 생동감 넘치는 현장을 시리즈로 소개, 인재 확보 및 우대와 시스템 정착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하고자 한다.

SK그룹은 해마다 봄철에 ‘바이킹 인재 채용’으로 이름 붙인 채용 방식을 가동한다. 기존 다른 회사의 채용과는 ‘질’이 다르다.

수도권을 포함한 6개 도시를 돌면서 개인 오디션 형태로 진행한다. 예선을 통과한 지원자들이 별도의 합숙을 통해 수행한 과제를 토대로 최종 합격자를 고르는 파격적인 채용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서류전형은 자기소개서만 본다. 이력서에는 이름, 생년월일, 연락처, 최종 학력 취득연도 등 딱 4가지만 적도록 한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인재 채용 방식”이라고 말했다.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아 2020년까지 매출 12조 원 달성 목표를 세운 아모레퍼시픽. ‘혜초 프로젝트’라는 글로벌 비즈니스 인재 양성 과정이 눈길을 끈다. ‘왕오천축국전’을 쓴 신라 시대 혜초 대사의 도전정신과 기상을 이어받아 세계 시장에서 발로 뛸 인재를 키우자는 취지의 전문가 양성과정이다.

촌각을 다투는 변화무쌍한 기업 운영 현장에서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인재를 고르기 위한 기업들의 생생한 노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인재 확보 경쟁이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할 핵심 키워드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혁신적인 제품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기업들은 예외 없이 인재와 이를 원활히 뒷받침할 선진화된 인사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는 데서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무너진 ‘대마불사(大馬不死)’부터 최근 진행 중인 기업 간 빅딜과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웅변하듯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 기업이 생존하며 활로를 모색하기가 얼마나 험난한지를 떠올리면 ‘인재경영’의 비중은 앞으로도 더 증대될 것이란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와 민간연구기관들에 따르면 올해 30대 대기업집단의 신규 채용 예정 규모는 12만1801명으로 추산된다. 전년 대비 6.3% 감소하는 것으로, 경기 상황과 함께 정년 연장에 따른 신규 채용 여력 감소,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신규 채용 자체는 전체적으로 2년 연속 감소할 전망이지만 핵심 인재에 대한 확보 기조는 업종 전반의 위기 상황 돌파와 미래 먹을거리 창출 측면에서 긴요한 과제에 속한다는 게 기업,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은 물론, 급물살을 타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신성장동력 발굴,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경쟁우위 확보 노력, 신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에서도 변함없는 핵심 동력은 인재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3만5700여 명, 2020년까지 모두 6만여 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이란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취지다.

롯데그룹은 다양한 사고를 지닌 인재들이 차별 없이 일하는 여건을 제공하는 게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2013년에 ‘롯데그룹 다양성 헌장’을 제정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기업 경영 측면에서는 개방적이고 공정한 조직문화가 개개인의 창의적인 의견 개진과 소통을 가능하게 해 조직 혁신은 물론, 신사업 발굴로도 이어진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른 기업들 역시 인재 확보 및 육성 의지를 표명하는 한편으로 스펙보다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사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가 하면, 산학협력, 직무역량 함양, 능력 선발 위주의 인사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재 개발 투자가 기업의 경쟁우위 창출의 핵심 수단이란 명제를 견지하면서 ‘인재를 알아보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에 더 박차를 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노용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과 성공적인 인사 결정은 기업 성공의 첫걸음이지만 ‘척 보면 알지’ ‘그 사람은 내가 알아’라는 주관성의 함정에 빠지거나 인재를 천거 받을 기회의 봉쇄는 인재 발굴의 양대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노 연구위원은 “우리 기업들도 앞으로 성별, 학력 등을 철폐하는 블라인드 채용의 확대를 통해 지원자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인사를 더 확대하는 한편, 선발 시기도 연말·연초에 집중할 게 아니라 상시 채용으로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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