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영국 리버풀에서 남서쪽으로 90㎞ 떨어진 북 웨일스 콘웨이 주 브레닉(Brenig) 지역의 한 저수지 제방.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심한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영국은 물론 유럽 각지에서 모여든 모터스포츠 관객 300여 명이 제방 밑 비포장도로를 주시했다.
초속 7m를 웃도는 강풍에 비옷은 찢기고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사람이 속출했지만, 관객들은 웃고 떠들며 오히려 악천후를 즐겼다. 비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여 선 이들은 ‘2015 월드랠리챔피언십(WRC)’의 대미를 장식하는 총 312.16㎞ 길이의 13차 웨일스랠리에서도 마지막 19번째 구간(브레닉 스테이지)에서 벌어지는 경주를 보기 위해 모인 관객들이었다.
관객들이 자리잡고 30분 정도 지나자 귀를 찢는 엔진 파열음과 함께 도로 한 켠에서 2분 간격으로 랠리카들이 뛰쳐나오듯이 불쑥 등장, 질주하기 시작했다. S자로 굽은 비포장 진흙탕길을 랠리카들이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반쯤은 미끄러지듯이 내달리자 관객들 사이에서 환호성과 탄성이 쏟아졌다. 라디에이터 그릴에 큼지막하게 ‘i20’라고 적은 현대자동차 랠리팀 차량은 성적 역순으로 출발한 차량들 중 9번째와 10번째로 등장해 흙탕물을 흩뿌리며 잽싸게 코너를 돌고 다시 굉음을 내며 사라졌다.
이날 악천후와 진흙탕 길로 전체 13개 랠리 중 가장 어려운 랠리라는 명성을 재확인한 웨일스랠리에서 현대차 랠리팀의 다니 소르도와 헤이든 패든은 아깝게 4위와 5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올해 WRC 제조사 최종 순위에서 시트로엥에 간발의 차(6점)로 뒤져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WRC에 첫 참가한 현대차는 짧은 준비기간에도 독일랠리 우승 등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고, 올해는 막바지까지 폭스바겐, 시트로엥과 선두권 경쟁을 벌인 끝에 포드를 큰 점수차(43점)로 제쳤다.
고성능차 기술 개발을 위해 현대차가 지난해부터 뛰어든 WRC는 전 세계 13개국을 돌며 13차례 랠리를 치르는 대회로 연간 관람객수 360만 명, 시청자수 7억9900만 명으로 F1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자동차 경주다. 각종 악조건 속에서 달려야 하는 탓에 현대차와 폭스바겐, 시트로엥, 포드만이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일본 토요타도 10월 말 도쿄모터쇼에서야 테스트용 랠리카를 처음 선보이고 2017년 참가하겠다고 밝혔을 정도로 만만치 않은 대회다.
최규헌 현대모터스포츠 법인장은 “현재 테스트 중인 차세대 i20 랠리카는 현재의 랠리카보다 훨씬 속도가 빠르고 성능이 우수하다”며 “내년에는 WRC의 절대강자로 꼽히는 폭스바겐과 최소한 동등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레닉 =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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