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에 경도 조정기능 상실

삼성전자 사업장의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가 구성 1주년을 맞았으나 역할에 한계를 드러낸 만큼 스스로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정위가 지난 7월 8년간 끌어온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의 보상대상과 기준을 담은 권고안을 제시, 문제 해결의 물꼬를 터 준 성과는 인정하지만 피해자들이 공감하지 않는 사단법인을 통한 ‘사회적 해결’을 고집하면서 조정기능은 이미 상실했다는 평가다. 공정해야 할 조정위가 활동가들이 주축이 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에 경도돼 있다는 논란도 여전하다. 앞으로 제시될 재발방지 대책도 사단법인이 관여하는 ‘사회적 접근법’이 아니라 ‘과학적 조사에 근거한 접근법’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6일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및 가족들로 구성된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관계자는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조정위가 공정한 사회자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보상문제와 함께 중요한 재발 방지대책도 조정위가 내세우는 사단법인을 통한 해결보다는 제 3의 기관에 객관적이고 과학적 조사를 맡기는 게 현실적으로 가장 타당하다”고 말했다.

조정위가 그동안 반올림 편향 논란을 보여온 점도 스스로 한계를 노출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 가대위는 전날 성명서에서 “조정위는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자신들을 출범시킨 피해자와 가족들의 입장은 전혀 듣지 않고 반올림의 이야기에만 신경 썼다”면서 “때문에 가대위는 추가 조정 보류를 요청하며 삼성전자와 직접 협상해 가족들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인 보상에 전념해 왔다”고 밝혔다. 가대위의 이런 입장에도 불구하고 조정위는 이달 25일 추가 조정을 위한 면담을 협상당사자 간 진행할 예정이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
방승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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