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3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지난 14일 ‘민중총궐기’를 위해 시위대는 치밀하게 준비한 반면, 정부 당국은 허술하게 대비해 공권력 무능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찰이 광화문광장 앞에 설치한 차벽은 시위대가 준비한 밧줄에 매달려 질질 끌려 나오는 등 시위대가 ‘차벽 붕괴 작전’을 마련할 때 정부 당국은 집회 하루 전 5개 부처 공동명의로 시위 참여를 자제해 달라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게 전부였다는 것이다.
16일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14일 민중총궐기에는 집회 세력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흔적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특히 이번 집회를 주도적으로 준비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진보연대는 지난 1월 소집한 대표자회의를 통해 “11월쯤 노동자·농민·빈민이 집결하는 대규모 민중총궐기 대회를 개최하자”고 결의했고, 9월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53개 단체가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를 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당국은 이 같은 정보를 확보했으나, ‘매년 연례적으로 이뤄지는 진보 진영의 투쟁 지침’ 정도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 당일 경찰이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차벽은 시위대의 밧줄에 속절없이 끌려 나와 파손됐다. 경찰이 차벽으로 시위대 통행을 가로막자 이를 무너뜨릴 밧줄을 사전에 준비해 경찰 버스를 끌어낸 것이다.
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대한 질타는 정치권에서도 나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을 비롯한 관계 당국은 이런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엄격한 대응에 직을 걸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찰은 14일 집회 시위 현장에서 연행해 조사한 49명 가운데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등 폭력 시위에 가담한 9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구속영장이 발부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전담 검거반도 편성했다. 경찰은 민중총궐기 집회 참가 53개 단체 대표 전원도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
한편, 대법원은 집회에 직접 가담하지 않아도 시위를 조직한 책임을 물어 법적 처벌을 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