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에는 북한산 주변으로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엿볼 수 있는 역사·문화유산들이 집중적으로 분포해 있다. 그 유산들을 면면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큰 의미들을 지니고 있다. 우이동 봉황각(鳳凰閣)은 의암 손병희 선생이 일제에 빼앗긴 국권을 되찾기 위해 천도교 지도자를 훈련시킬 목적으로 1912년에 세운 건물이다. 3·1운동이 이곳에서 기획됐고, 이곳을 거쳐 간 사람들은 후에 3·1운동의 주체가 돼 구국운동의 최선봉에 섰다. 1907년 헤이그 밀사로 갔다가 순국한 이준 열사를 비롯해 손병희, 이시영, 신익희, 김창숙, 여운형 선생 등 16명의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묘역이 있는데, 특히 이준 열사 등 6명의 유공자 묘소는 지난 2012년 문화재로 지정돼 역사적 의미가 더욱 크다.

수유동에는 고려 말~조선 초 운영됐던 분청사기 가마터가 발견돼 2011년 학술발굴조사를 거쳐 지난해 3월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됐고, 이 외에도 20여 곳의 분청사기터가 산재해 있다. 역시 수유동에 자리한 국립4·19민주묘지는 대한민국 민주화의 성지로서 매년 4·19혁명국민문화제를 개최하고, 4·19혁명 논문을 영문판으로 제작해 세계 주요 대학과 도서관에 기증,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또한 4·19 관련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강북구는 이처럼 곳곳에 산재한 역사·문화자원들과 북한산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해 수도권 시민들과 외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역사문화관광도시로 만드는 ‘북한산 역사문화관광벨트’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동요 ‘반달’의 작곡가 윤극영 선생의 수유동 생가가 서울시 미래유산 제1호 기념관으로 문을 열었다. 11월에는 삼양동에 체육공원이 들어섰다. 가장 핵심 사업인 ‘근현대사기념관’도 한창 막바지 공사 중이어서 조만간 살아있는 역사교육의 장으로 우리 곁에 설 것이다.

예술인촌이 조성돼 시민들이 도자기 굽기 등 전통문화예술을 체험하고 자연학습장, 생태체험장, 농촌체험장과 가족캠핑장도 들어선다. 이런 시설들이 모두 갖춰지면 가족들이 북한산 둘레길 주변 역사문화자원들을 돌아보고 캠핑장에서 숙박을 한 후, 다음 날은 북한산을 오르며 여가를 즐기는 1박 2일 도심 스토리텔링 관광코스가 되는 것이다.

역사·문화와 관련된 사업들이 차질없이 추진되고, 서울 도심과 북한산을 잇는 경전철이 개통돼 교통여건도 향상되면 앞으로 몇 해 안에 가시적인 큰 그림이 갖춰지리라 본다. 지역의 유수한 역사·문화자원들을 자연스레 활용해 시민과 청소년들에게 교육적 가치를 제공하면서 관광명소로도 가꾸는, 우리만의 또 다른 지역사회 개발 성공모델을 보여주고 싶다.

박겸수 강북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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