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책 할인율을 정가의 15% 이내로 제한한 새 도서정가제 시행 1년을 맞아 평가 작업이 한창이다. 반값 할인, 90% 세일 같은 광폭 할인은 사라졌고, 신간 책값도 약간 떨어졌다. 다양한 취향의 작은 서점들도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으니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도 신간 평균 가격이 1만9106원에서 1만7916원으로 평균 6.2% 하락했다.
그런데 책을 만들고 읽는 당사자들의 표정은 어둡다. 독자들은 여전히 도서정가제 때문에 책값이 올랐다고 생각한다. 최고 80∼90%에 이르는 할인에 익숙한 독자들이 이제 같은 책을 정가에 사야 하니 상대적으로 비싸게 느낄 수밖에 없다. 반면 출판사들은 새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구간 판매가 하락하면서 전체 매출이 떨어졌다고 아우성이다. 출판사 관계자들을 만나면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30∼40%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전집 세트 할인 판매를 많이 했던 한 출판사는 특정 시리즈의 경우 판매가 90% 가까이 떨어졌다고 한다. 책 판매량이 이렇게 떨어졌지만 할인율 제한으로 인한 이익을 고스란히 가져간 서점들, 특히 온라인 서점들은 매출 상승을 기록해 유일하게 웃었다. 만드는 사람은 힘들고, 독자들은 떨어져 나가는 상황에서 유통 부분만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는 개선이 필요하다.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새 도서정가제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출판계에서는 오히려 15% 할인 규정을 빌미로 다양한 편법 할인이 생겨나고 있으니 정책적 결단을 내려 완전 도서정가제로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실 새 도서정가제는 시기적으로 상당히 불운했다. 출판을 둘러싼 지각 변동이 급격히 이뤄질 때 변화에 제대로 준비도 못한 채 도서정가제를 맞았기 때문이다. 새 도서정가제가 책 판매량 하락, 독자의 감소를 극적으로 촉발하긴 했지만 책시장 위축은 근본적으로 책을 둘러싼 지형 자체가 변한 결과이다. 따라서 해결책의 초점도 책 가격이 돼서도 안 되고 될 수도 없다. 프레임과 지형 변화에 맞는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출판계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책의 발견성’은 중요하게 다가온다. 이는 2010년대 초 출판 선진국에서 나온 개념으로 매체 환경과 소통 방식이 변하면서 좋은 책이 나와도 독자들이 그 책을 인지하기 어려워진, 소위 ‘책 발견성’의 위기가 왔다는 것이다. 편집자들이 잘 만들어 서점에 진열하고 북리뷰가 실리고, 책 광고를 하면 독자들에게 책을 알리는 것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던 시대는 아쉽게도 지나가고 있다. 책이 정보와 지식 매체로서 가졌던 우월적 지위는 사라졌고, 대체 가능한 디지털 텍스트들은 쏟아지는 데다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다양하게 세분화되고, 소통 방식도 취향 공동체 스타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네 서점이 자리 잡지 못한 우리의 경우 독자들이 책을 볼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원천 봉쇄되고 있다. 독자와 만나는 접점을 새로 발견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책이 독자에게 가닿기조차 어려워졌다. 출판계가 근본적으로, 시급하게 풀어야 할 과제이다.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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