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두 / 연세대 교수·유럽지역학

프랑스 파리의 테러 사건은 9·11 테러에 비견된다. 2001년의 9·11 테러는 일본의 진주만 공격보다 더 많은 사상자를 냈고, 테러를 전쟁의 유형으로 격상시켰다. 파리 테러는 피해 규모에서는 9·11에 못 미치지만, 무차별적 잔혹성에 전 세계인이 충격을 받았고, 누구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를 느끼게 했다. 더 큰 문제는, 파리 테러가 이제 시리아에서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국제 테러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파리 테러의 본질은, 프랑스에서 차별의식을 느끼며 성장한 무슬림 2세들이 시리아의 IS에 매료되고, 벨기에의 이슬람 테러 조직에 의해 사주된 국제 테러라는 것이다. 이번 테러 용의자의 특징은 알카에다 세대와 달리 정보기술(IT)로 무장된 서구 출신의 ‘외로운 늑대’형의 젊은 무리가 폭력으로 자기 분노를 분출한 새로운 테러 세대라는 점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테러 모의 과정에서 정보 수집에 실패했다는 비판에 따라 정보기관의 감청 권한을 확대하고, 테러 용의자에 대한 영장 없는 체포를 허용하는 대(對)테러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유럽연합(EU) 내무장관회의의 의제로 긴밀한 정보 협력의 강화를 제안하고, 유럽 내의 자유 통행을 약속한 솅겐조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항공 승객에 관한 광범위한 정보 수집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승객의 이름과 탑승 정보뿐만이 아니라 누구와 여행하고, 누구와 함께 앉았는지, 그리고 무엇을 먹었는지 등 승객에 관한 모든 정보의 수집을 제안하고 있다. 아울러 테러를 지원하는 금융 계좌에 대한 전 유럽 차원의 동결을 가능케 하는 규정 마련을 요구한다. 또한, 모든 회원국이 테러 위험 인물과 IS 귀환자에 대한 자료를 공동 수집할 것을 주장한다.

국가정보원이 18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행한 긴급 테러 현안 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테러 청정국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년 동안 테러 위험인물로 지목된 외국인 48명이 강제 출국됐고, IS에 대한 공개 지지를 표명한 내국인이 1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한국은 IS가 지목한 미국의 십자군동맹 62개국에 포함돼 테러 대상국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국내에서 IS에 호감을 가진 사람이 파리 테러처럼 IS 지지 테러를 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자유와 관용의 나라 프랑스가 테러 이후 시민의 자유와 안전 보호라는 두 가지 의무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다. 테러범의 목적은 공포감을 조성하고 계산된 혼란을 일으키는 것이다. 따라서 분노와 두려움에 휩싸여 지나치게 감시 체제를 강화할 경우 시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의도하지 않게 침해하게 된다. 사회당의 올랑드 좌파 정부도 방어 능력이 있는 민주주의를 구축하기 위해 시민의 자유를 얼마나 제한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관련법 정비가 절실해졌다. 이번 기회에 국민의 자유에 대한 침해는 최소화하면서 안전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입법(立法)에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여당은 테러에 대한 공포를 강조하고 야당은 정보기관의 정치 개입과 민간인 사찰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대립각만 세울 게 아니라, 초당적 정책을 마련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 그리하여 이번 기회에 국가 정보기관이 신뢰받는 국익 기관으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세월호 사건과 같은 재난형 위험뿐만 아니라 테러와 같은 공격형 위협도 막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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