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노바와 남편 비탈리
러 장관 “내부에 간첩있다”
‘러 반도핑기구’ 자격 박탈


러시아 육상계의 조직적 금지약물 복용을 폭로한 내부 고발자 부부가 신변에 위협을 느껴 캐나다 망명을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약물 스캔들’을 일으킨 러시아 반도핑기구의 자격을 정지시켰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9일(한국시간) “러시아의 여자 중거리 스타 출신 율리아 스테파노바(사진)와 남편 비탈리가 최근 캐나다에 머물며 정치적 망명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테파노바는 2013년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2년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고, 남편은 러시아 반도핑기구에서 근무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독일 방송사의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러시아 반도핑기구가 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을 돕고 있다”며 “러시아 육상 관계자가 국제기구에 뇌물을 전달하며 도핑 테스트를 피했다”고 폭로했다.

이를 계기로 WADA는 러시아 육상 선수들의 ‘선수 생체여권’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선수 생체여권은 혈액과 소변 검사를 통해 적혈구 및 백혈구 숫자와 스테로이드 대사체의 농도를 추적하는 시스템으로 특정 기간에 이례적인 변화가 생기면 금지약물 복용을 의심하고, 당시 샘플을 구체적으로 검사할 수 있다.

WADA는 지난 10일 조사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 반도핑기구 일부 의사와 직원들이 선수, 코치와 공모해 조직적으로 금지약물 복용과 약물 검사 회피를 도왔다”며 “러시아 정부와 정보기관까지 도핑 은폐, 축소에 가담했다”고 발표해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따라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14일 “모든 러시아 육상 선수의 올림픽 등 국제대회 출전을 잠정적으로 금지한다”며 “러시아 육상이 자국 선수들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금지약물 복용을 확실히 개선하는 분명한 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징계를 해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IAAF가 금지약물과 관련해 특정 국가의 모든 선수에게 출전 금지 처분을 내린 건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파문이 커지면서 스테파노바 부부는 러시아에서 ‘공공의 적’이 됐다. 비탈리 무트코 러시아 스포츠부 장관은 “내부에 간첩이 있었다”며 스테파노바 부부를 비판했다. 최근 스테파노바 부부가 캐나다로 출국하자 한 하원의원이 이들을 비난하고 나서는 등 스테파노바 부부는 러시아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한편 WADA는 19일 미국 콜로라도주의 콜로라도스프링스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러시아 반도핑기구 자격 정지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미국의 에드 모제스는 WADA 집행위원회에서 “러시아가 충분한 자정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단 한 명의 육상 선수도 내년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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