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출범 1주년을 맞아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공직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시스템 개혁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출범 1주년을 맞아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공직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시스템 개혁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16일 정부서울청사 15층 복도에 설치된 인사혁신처 홍보대사 샤이니 입간판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16일 정부서울청사 15층 복도에 설치된 인사혁신처 홍보대사 샤이니 입간판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이근면 인사혁신처장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공무원이 뒤처졌고, 이런 식이면 앞으로 더 뒤처질 것입니다. ‘전문가 공무원’이 미래를 주도하는 혁신을 이룰 것입니다.”

1년 전 신설된 인사혁신처를 맡아 온 이근면(63) 처장이 공직사회 대수술을 위해 특단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인사혁신처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관피아를 비롯해 공직사회 폐단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출범했다. 그만큼 이 처장의 책임은 막중했지만, 1년 동안 획기적인 성과는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

인사혁신이 과연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가, 직접 설명을 듣기 위해 집무실로 이 처장을 찾았다. 정부서울청사 15층 집무실에서 16일 만난 이 처장은 “혁신작업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갈 길이 멀다”고도 했다.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 공무원 인식 변화까지 노린 이 처장의 공직사회 리모델링 작업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창의성, 소통을 강조한 이 처장의 구상대로 집무실과 비서실 등 하드웨어는 이미 리모델링이 끝나 있었다. 처장실 평수를 대폭 줄이고, 비서실 등 직원들이 일하는 공간을 늘렸으며, 콘크리트 벽을 투명 유리벽으로 바꾸고, 머리를 식혀 주는 용도의 그림과 컬러 의자 등을 새로 배치했다. 혁신과제 추진 상황을 나타내는 알림판을 곳곳에 놓았다. 이 외에도 개혁에 속도를 내려는 노력의 흔적이 엿보였다.

인사혁신의 소프트웨어로 옮겨가, 이 처장은 ‘전문가 공무원’ 양성의 중요성을 유달리 강조했다. 그래서 최근 신설한 직제가 ‘인사조직 직류’다. 이 처장은 “앞으로 인사개혁이 전 공무원 사회에 적용될 수 있도록 각 부처 인사담당조직의 혁신부터 시작할 것”이라면서 “인사 전문가가 각 부처의 인사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즉, 정부 각 부처에 인사조직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인사 전문가들을 뽑겠다는 것이다.

“40년 전에는 민간기업도 인사를 총무과 내 인사계 등에서 다뤘지만, 지금은 개별 조직에서 다루고 인사담당이 사장을 하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공무원 사회는 아직도 40년 전에 머물러 있어요. 현재 정부 부처 인사과장 52명 중 절반인 26명이 인사 관련 경력이 전무한 인사 문외한이고 평균 재직기간은 1년에 불과합니다.”

이 처장은 “인사혁신의 핵심인 공직 전문성 강화는 곧 인사시스템의 전문화를 통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내년 민간경력자 채용부터 인사 전문가를 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에서 30년간 인사 전문가로 활약한 그이다. 이 처장은 “사람들은 이제 100가지 메뉴를 그저 그렇게 하는 식당은 외면하고 한 가지를 정말 잘하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시대”라면서 “온갖 정보는 이미 국민 손안에 다 있는 세상이기 때문에 한 영역에 대해 전문적으로 코칭을 해줄 수 있는 공무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는 시스템이다. 1년간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성과를 내는 효율적인 공무원조직 시스템 적용, 신상필벌 강화, 윤리규정 개선 정책이 추진됐고 ‘안식월’ 등 여러 아이디어가 도입됐다.

―인사혁신처 태생 배경이 세월호 참사 때 적나라하게 드러난 관피아 문제인데 이 분야는 변화가 있나.

“이전부터 있던 고질적인 적폐들이 엄청 심했다. 세월호 참사 때 외부로 드러났을 뿐이다. 오랜 적폐는 변화하는 환경과 유리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공무원의 청렴성, 윤리적 덕목의 기준이 되는 정부 윤리헌장은 1980년대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그 가치야 오랜 시간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 것이지만 30여 년간 이걸 정비하고 교육, 전파하는 방법을 발전시키는 데는 상당히 소홀했다. 세월호는 사회적 변화에 공무원 사회가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복지부동, 무사안일에 빠져 있는 문제들이 쌓여서 터진 사건이었다고 본다. 이건 빙산의 일각이기 때문에 해결하려면 결국 빙산 전체가 생긴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그 근본적인 해결책을 인사혁신처가 마련하려 노력해 왔고 지금도 빙산을 파헤쳐나가며 찾고 있는 중이다.”

―공직사회 대수술 주문이 많았는데 성과를 자평하면.

“초반 6개월은 공무원연금개혁에 집중했다. 공무원 단체 등 이해 관계자와 여러 전문가들이 상호 토론과 협의를 통해 이뤄낸 개혁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해외 연금 전문가들도 대단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이 개혁의 결과로 향후 70년간 497조 원의 재정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나머지 6개월은 인사혁신에 힘을 쏟았다. 우리는 인사혁신의 그릇을 만들었고 이게 전 부처로 확산되고 같이 가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이제 그릇과 틀을 만들었다면 절반은 온 것인가, 언제 혁신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가. 특히 해묵은 관습과 고정관념을 바꾸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공무원들은 너무 오랫동안 과거의 틀 속에서 갇혀 있었다. 그래서 인사 영역의 문제가 너무 많다. 인사 비전문가에게 인사와 조직 구성을 다 맡겨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비합리적인 운영도 비일비재했다.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데, 인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고령화 시대에 직면해 공무원 한 명, 한 명이 미래를 생각하고 가야 한다. 기업에 있다가 공직사회에 와서 놀란 것은 ‘미래’와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무원을 만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공무원들의 자기개발 욕구도 부족했다. 앞으로 근본적인 문화를 바꾸는 것은 강제적인 제도보다는 스스로 자기개발을 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무원들이 자기주도형 시간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일례로 공직사회에서도 파벌이 만연한데 해결 방안이 있나.

“일 잘하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데, 학벌이나 고향을 따지니 답답하다. 나는 우리 직원들의 전문영역이나 장점은 자세히 알아도 학교나 고향은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공무원 신상정보가 나오는 인사기록카드 열람 양식에서 고등학교나 출신지 등은 삭제하려고 한다. 이미 그 작업을 시작했다. 물론 원 데이터에는 살려 놓겠지만, 출력화면 등 공개되는 곳에서는 보이지 않게 할 것이다. 공무원을 평가하고 조직을 구성하는 데 학벌과 연고지가 주요 고려대상이 되지 않게 하려는 방안이다.”

―공무원 전문성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공직사회에서는 내 임기 중에만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된다는 인식이 있는 듯하다. 이런 관행이 자리 잡게 된 큰 이유가 순환보직이다. 업무의 전문성과는 무관하게 경력 관리를 위해 잦은 인사이동을 하면서 책임감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한 달은 영어를 가르치고, 다른 한 달은 수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제대로 된 교수일까. 잦은 순환은 전문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순환보직을 금지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100만 명 공무원 모두가 순환보직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한다. 인사혁신처는 공무원의 필수 보직기간을 실무급 2년에서 3년으로, 과장급 1년 6개월에서 2년으로 늘렸다. 축구경기에서는 각자가 자신의 포지션에서 역할을 충실히 할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나. 앞으로 공무원들이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고 전문성을 쌓아 나갈 수 있게 해야 한다. 공무원이 본인의 직무에 있어서는 장인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결국 사기업과 같은 경쟁구도가 필요할 텐데 어떤 방안이 추진됐나.

“지난 1년간 성과가 부진한 고위공무원을 퇴출하도록 하는 등 ‘신상필벌’을 확립하려 했다. 공무원 사회의 온정주의적 평가, 연공서열 중심의 평가를 타파해야 한다. 12만여 명의 일반직 공무원 중 최하위가 1명만 나오는 현실은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그래서 저성과자에 대한 선별과 관리를 강화해 능력 있는 99.9%의 공무원들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현재 성과평가 규정도 바꾸고 있다. 특히 고위공무원은 정부의 정책 결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영향력에 상응하는 성과 책임을 물을 것이다. 이들에 대한 성과평가를 엄격히 실시해 문제가 있으면 최하위 등급을 주고, 개선의 여지도 없을 경우 공직에서 배제시킬 것이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공무원 신분보장은 부당한 외압에서 보호한다는 것이지 열심히 일하지 않는 공무원을 보호하라는 뜻이 아니라고 본다.”

―퇴출에 대한 공무원 저항이 심할 텐데.

“그래서 동시에 성과향상과 재기의 기회를 주기 위해 12월부터 고위공무원 성과향상 프로그램을 실시할 예정이다. 객관성 확보를 위해 인사 감사를 통해 각 부처 이행 상황도 지속적으로 관리할 것이다. 공무원 자질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집단이다. 그런데 이들의 경쟁력이 발휘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공무원 100만 명 시대다. 이 중 0.1% 문제가 있는 이들은 잡초라고 볼 수 있다. 이 잡초는 다른 잔디의 성장도 방해하기 때문에 뽑아내야 한다. 그런데 잡초를 뽑는 것뿐 아니라 나머지 좋은 잔디를 키워 주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 그래서 잔디를 잘 키울 수 있도록 칭찬받을 공무원들은 따듯하게 격려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앞으로 혁신의 핵심은 무엇인가.

“내 인사 철학은 ‘미동이 진동을 만들고 그게 파동으로 이어져 결국 메아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인사혁신처의 작은 개혁 노력들이 전 부처로 확산되고 결국 공무원 사회, 나아가 사회 전체를 바꿀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이 미동은 신뢰를 확보하는 데서 시작할 것이라고 본다. 내가 40년간 터득한 것은 인간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갖고 개개인의 가치를 발전시키면 조직이 발전하고 그게 개인에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신뢰를 토대로 한 정부의 인사는 그래서 국가의 미래를 약속해주는 것이다.”

인터뷰 = 김상협 차장 (정치부) jupiter@munhwa.com
정리=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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