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커스 놀랜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통화관련 투명성 부족 판단
저평가된 원화가치도 불만


한국 외교의 중국 경사론 만큼이나 한·미 관계에 대해 우려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현안은 바로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문제다. 한국이 뒤늦게나마 적극적인 가입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TPP 역내 최대 경제권 국가이자 협정 주도국인 미국의 반응이 미온적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까지 필리핀 마닐라에서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가운데 이번 회의에 참석한 아시아·태평양 연안국가 정상들 가운데서도 미국과 일본 등 TPP 회원 12개국 정상들은 별도로 정상회의를 갖고 TPP 출범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당연히 한국은 이 회의에서 배제됐다. 한국을 비롯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은 뒤늦게 TPP 참여 희망 의사를 밝히고 조속한 가입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이미 TPP 출범 12개 회원국은 ‘그들만의 리그’를 조성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9일 미국 워싱턴에서 만난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랜드(사진) 부소장은 “한국이 TPP 초기 협상 단계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실수로 보인다”고 단언했다. 그는 “한국이 협상 초기에 동참하지 않은 이유는 당시 TPP 참가국들이 미국과 칠레 등 이미 자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들이었고 따라서 TPP에 가입해 봐야 경제적으로 큰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야당도 반대하는 상황에 굳이 TPP에 참여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놀랜드 부소장은 “한국이 초기부터 동참했으면 TPP 협상을 한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데 참여할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완성된 TPP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또 한국이 TPP에 가입했으면 이를 통해 일본과의 FTA 협상에도 들어갈 수 있을 것이고 한·중·일이 3자 간 협상도 갖게 되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한국의 TPP 가입을 무조건 환영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도 제시했다. 놀랜드 부소장은 “미 재무부의 한 보고서에 나온 한국에 대한 불만 사항은 5개로 구성돼 있다”고 전했다. △한국의 굉장히 큰 무역 균형 △너무 낮게 평가된 원화 가치 △환율 문제에 대한 정부 관여 △한국의 재정적 여유 △한국의 통화 관련 투명성의 부재 등을 미 재무부가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TPP 협정문은 외환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 사실을 적시하도록 하고 있다”며 “한국은 현재로서는 여기서 요구하는 수준의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미국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놀랜드 부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 오바마 대통령이 통화 이슈를 박 대통령에게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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