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 미(Big Me)의 시대다. 개인의 성공과 물질적 풍요가 최우선의 가치로 꼽힌다. 겸손은 사치다. 자신을 과대포장하고 과대광고해야 남에게 뒤지지 않고 살 수 있다.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와 SNS를 보자. 그 안에서 드러난 ‘나’는 현실의 나와 얼마나 닮아 있는가.
저자 데이비드 브룩스의 SNS 분석은 흥미롭다. 소통이 더 빠르고 분주해지며, 자기지시적 정보가 많아지는 인터넷 환경에서 자신을 남에게 드러내려는 ‘빅 미’의 욕망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잘생긴 나, 멋지고 화려한 공간, 유려한 글이어야 많은 ‘좋아요’를 받을 수 있다.
‘인간의 품격’에서 브룩스는 자기 반성부터 한다. 그는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엘리트 계층의 탄생을 예고한 ‘보보스’를 쓰고 ‘뉴욕타임스’ 기명 칼럼니스트, ‘뉴스위크’와 ‘애틀랜틱 먼슬리’ 객원 편집자로 있는 성공한 글쟁이다. 각종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의 고정 해설자, 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 예일대 출강 등 수식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쉰이 넘어 “내가 실제로 느끼는 것보다 더 자신감 있는 척하고, 실제보다 더 영리한 척하고, 실제보다 더 권위 있는 척하는 것으로 돈을 벌었다”고 말한다. 외적 성공에 눈이 멀어 정작 내적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는 고백이다.
책에는 ‘성공’이 좌우명인 아담Ⅰ과 ‘박애, 사랑, 구원’을 추구하는 아담Ⅱ가 등장한다. 랍비 조셉 솔로베이티크가 1965년 쓴 ‘고독한 신앙인’에서 빌려온 개념이다. 아담Ⅰ은 때로 오만하며, 실용주의적인 논리를 따른다.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고, 효용을 극대화한다. 반대로 아담Ⅱ는 겸손하고 조화를 추구한다. 도덕성과 절제력으로 욕망을 통제한다. 이 두 가지 본성 사이에 생기는 갈등을 조절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저자는 아담Ⅱ에 집중한다. 아담Ⅰ이 장악한 세상에서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도 공허해진다. 이력서에 들어갈 덕목보다 조문(弔文)에 들어갈 덕목을, 더 풍요로운 삶보다 더 나은 삶을, 성공보다는 성장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더 큰 대의와 가치에 헌신할 수 있는 리틀 미(Little Me)로의 전환이다.
과거 우리는 인간을 ‘뒤틀린 목재’로 보던 때가 있었다. 모든 인간에게는 죄악과 결함이 있기 때문에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는 논리다. 삶이란 그렇기에 부족한 자아와 끊임없이 투쟁하며 내적 성장을 이루는 과정이었다. 겸손과 단련의 미덕 속에서 위대한 영혼이 탄생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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