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행위 땐 현행범 체포… 가담않은 기획자도 공범 간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내용

지난 14일 서울 도심에서 있었던 민중총궐기대회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농민 1명이 큰 부상을 당하면서 더욱 논란이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는 불법 시위에 대한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고 말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경찰의 과잉·강경 진압이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문답을 통해 법에 보장된 집회·시위 주최자의 권리 및 의무, 불법 시위 기준 등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본다.

1 집회·시위 권리, 어떻게 보장되나

헌법 2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2항은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돼 있어 집회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다만 헌법 37조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집회의 자유를 무제한적으로 인정하지는 않는다. 집회 및 시위의 권리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하기 위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두고 있다. 집시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폭행, 협박 등의 방법으로 평화적인 집회나 시위를 방해할 수 없고 질서를 문란하게 해서는 안 된다.

2 신고 절차·참가자 준수사항은

집시법에 따라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자는 신고서를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이나 지방경찰청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상반된 목적의 집회·시위가 동시에 같은 장소에서 신고됐을 경우 나중에 접수된 집회·시위에 대해 경찰 측에서 금지 통보할 수 있다. 집회 주최자는 질서를 유지해야 하고, 질서를 유지할 수 없으면 집회·시위의 종결을 선언해야 한다고 법에 명시돼 있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신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기구를 휴대·사용하는 행위는 금지되고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해서도 안 된다. 신고한 장소를 뚜렷이 벗어나는 행위도 집시법이 금지하고 있는 사항이다.

3 집회·시위가 제한될 때도 있나

집시법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해산된 정당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집회 또는 시위는 금지된다. 집회·시위가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는 즉시 금지를 주최 측에 통보할 수 있다. 집시법은 경찰이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시위에 대하여 교통 소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 주변 도로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 목록에 포함돼 있다. 집회·시위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집회를 제한할 수 있다.

4 폴리스라인(질서유지선)이란

질서유지선은 집시법 13조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집회 지역 관할 경찰서장이 시위 보호 및 공공의 질서 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설치할 수 있게 했다. 집시법에 따르면 관할 경찰서장은 질서유지선을 설정할 때에는 집회 주최자 또는 연락책임자에게 이를 알려 충돌을 막도록 했다. 시위대 입장에선 경찰이 집회를 차단할 목적으로 폴리스라인을 설치했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당초 목적은 주변 교통을 원활하게 하고 상가지역 및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 집회·시위 때마다 폴리스라인(질서유지선) 설정을 두고 경찰과 시위대 간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4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 인근에서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의 주최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 참가자들이 경찰버스 차벽을 무너뜨리려 하자 경찰이 물대포 등을 발사하고 있다.
14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 인근에서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의 주최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 참가자들이 경찰버스 차벽을 무너뜨리려 하자 경찰이 물대포 등을 발사하고 있다.

5 폭력시위예방 ‘차벽’ 설치 근거는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차벽은 집시법에 따른 폴리스라인이라는 법적 성격을 갖고 있다”며 “안전띠나 발광다이오드(LED) 라인, 플라스틱 라인 등과 마찬가지로 경찰 입장에서는 더 넓은 지역에서 활용되는 폴리스라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8월 ‘세월호 1주기’ 집회에서 폴리스라인을 뚫으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강모(47) 씨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경찰의 차벽 설치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경찰의 경고를 무시한 불법 시위대의 진행을 제지하기 위한 수단이었고, 시위대를 제외한 일반인들이 통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적법한 공무집행으로 봤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경찰의 차벽 설치가 일반 시민의 행동자유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경우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고, 불법 시위대의 행진을 저지하기 위한 차벽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6 ‘물대포’는 어떨 때 쓸 수 있나

물대포 사용 규정은 법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다. 경찰이 내부적으로 ‘살수차 운용지침’을 만들어 이에 근거해 사용한다. 이 규칙에 따르면, ‘시위대가 20m 거리에 있는 경우 2000rpm 내외’로 살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시위가 불법 성격이 있고 폭력적 양상으로 진행되면, 2000rpm보다 강하게 살수했다고 해서 규정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또 경고 살수 후 시위대를 향해 집중 살수를 하기도 한다. 경찰 관계자는 “거리 규정은 준수사항이 아니라 통상적인 시위대를 상대로 한 예시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 14일 민중총궐기대회에서 백남기(68) 씨가 경찰 살수에 의해 큰 부상을 입은 만큼 ‘살수차 운용지침’을 구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7 불법시위 하면 어떤 처벌 받나

미신고 집회를 열거나 시위 과정에서 폭력 등을 일으켰다면 혐의 정도에 따라 공무집행방해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교통방해 혐의 등으로 형사처벌 될 수 있다. 집회·시위 현장에서 직접 불법적인 행위를 저질렀다면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도 있고 집회 후에 경찰의 채증에 따라 처벌받는 경우도 있다. 경찰은 불법 시위 등에서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채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직접 폭력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시위를 조직하는 등 불법시위를 주도했다면 기획자도 처벌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대법원은 2005∼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에 대해 지난해 “경찰과 물리적 충돌 및 그에 따른 집단적 폭행이 빚어질 것을 충분히 알면서도 집회를 강행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며 이들을 경찰관 폭행의 공범으로 판단했다.

8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한가

국가가 불법 시위대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다수의 경우 법원은 국가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2006년 한·미 FTA 반대 시위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저지른 시민단체를 상대로 경찰이 손해배상을 청구, 약 5000만 원의 배상 판결을 받은 것과 같이 국가가 불법 시위 단체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 소송 24건 가운데 20건이 승소 판결을 받았다.

지난 14일 발생한 시위와 유사하게 진행됐던 ‘2007 범국민 행동의 날’ 집회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판결도 있다. 2010년 서울중앙지법은 “한국진보연대 등은 국가에 약 4010만 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등이 주도한 2007년 11월 범국민 행동의 날 시위 과정에서 참가자들 일부는 경찰을 폭행하고 경찰 버스와 시위 진압 장비 등을 부쉈다.

재판부는 “집회 주최자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차도 점거 및 폭력·손괴 등의 행위를 하지 말 것을 고지하는 등 주의 의무를 가진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쌍용자동차 노조 파업에서도 경찰이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 등이 있으며 노조 관계자들의 계좌를 가압류하기도 했다.

9 여야 추진 집시법 개정안은

20일 기준으로 제19대 국회에 제출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모두 18건에 이른다. 집회·시위 현장에서 채증을 담당하는 경찰관의 신분을 제복에 명시하고, 불법 행위가 발생한 경우에만 촬영을 허용하는 등 경찰의 채증 범위를 제한하는 안(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대표발의)부터 한 장소에서의 집회·시위의 연속 기간을 제한하고, 문화재 인근에서는 집회·시위를 아예 금지하는 안(심재철 새누리당 의원 대표발의)까지 그 내용 역시 다양하다.

지난 14일 민중총궐기대회가 논란이 된 가운데, 새누리당은 시위대의 복면(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김무성 대표는 1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복면 뒤에 숨은 불법 폭력 시위대 척결에 나서야 한다”며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해당 법안은 지난 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후 인권 침해라는 주장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10 다른 나라는 어떻게 대처하나

미국에서는 시위대가 쇠파이프 등을 사용할 경우 이를 ‘살해 의사가 있는 공격’으로 간주하고 있다. 평화시위는 최대한 보호하지만, 폭력시위에 대해서는 폭도로 간주해 강력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000년 미국 경찰은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경제개발부흥은행(IBRD) 회의 때 폴리스라인을 침범하고 경찰과 몸싸움을 벌인 시위대 약 1300명을 체포한 바 있다.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에서도 불법 시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처벌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모두 복면이나 마스크를 쓴 ‘얼굴 없는 시위대’를 불법 행위로 간주해 형사 처벌하고 있으며, 독일의 경우 폭력 시위의 강도에 따라 살인미수 혐의까지 적용하기도 한다. 일본도 1970년대부터 폭력시위가 거의 사라졌으며, 현재는 플래카드나 확성기 등으로 의사 표현을 하는 시위 문화가 정착돼 있다.

김병채·박세희 기자haasskim@munhwa.com
김병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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