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면서도 자신을 닥달하지는 말라.
어느 사회든 보편적인 삶의 유형이 있게 마련인데요. 우리 사회는 특히 나이·성별에 따른 일정 역할과 관련, 고정관념이 강한 편입니다. 그런 분위기가 100세 시대가 되면서 조금씩 바뀌고 있는데요. 40대 신랑·신부, 60대 대학 신입생 등 한 세대 전만 해도 보기 드물었던 다양한 삶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나이가 많이 들어서 어떤 일을 시작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은 ‘늦깎이’입니다. 나이가 많이 들어서 승려가 된 사람, 남보다 늦게 사리를 깨치는 일, 또는 그런 사람뿐만 아니라 과일이나 채소 따위가 늦게 익은 것을 가리키기도 하지요. 첫째 인용문처럼 때늦은 휴가나 뒤늦은 결혼식을 표현할 때도 쓸 수 있는데요. ‘ㄲ’ 받침을 ‘ㄱ’으로 잘못 쓰기 쉽지요.
둘째 인용문의 ‘닥달’은 ‘닦달’로 고쳐야 합니다. ‘닦달하다’는 남을 윽박질러서 혼을 낸다는 의미로만 쓰이고 있지만 물건을 손질하다, 음식물로 쓸 것을 요리하기 좋게 다듬는다는 뜻도 있어요. 이 가구도 닦달만 잘하면 새것처럼 될 거야, 차례 상에 올릴 생선이니 깨끗이 닦달해야 한다 등으로도 쓸 수 있어요. 조리법을 바꾸면 한 가지 음식 재료로도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듯이 우리 말글 또한 마찬가지지요.
남보다 늦게 어떤 일을 시작하게 되면 앞선 사람과의 격차를 줄이려는 마음에 스스로를 닦달하기 십상인데요. 삶이 고속도로를 달리는 게 아니고 비포장 길을 걷기도 하고 때로는 없는 길을 만들어 가기도 해야 하는 여정임을 떠올린다면 속도에 연연할 필요가 없지요. 깊어가는 가을, 뒤처진 자신뿐만 아니라 늦깎이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속도를 내라고 닦달하기보다는 힘내라고 격려하는 계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정희 교열팀장 kjh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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