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기 / 논설위원

헌정 60년…?

헌법재판소 홈페이지를 찾아 ‘사이버역사관’ 문을 열고 ‘역사관 개관’의 ‘헌정 60년’ 창 앞에 서면 당황스러워진다. 60년 전이면 1955년 무렵인데… 그것참.

거기 ‘대한민국 헌법 제개정사’ 창을 열면 ‘1948년 건국헌법’이 맞이한다. 그 첫 문장도 읽기 영 거북하다. ‘통상, 우리 헌정사는 1948년 제헌헌법부터 시작한다고 한다’라니, ‘통상’은 뭐며 ‘…고 한다’는 또 뭔가. 다른 곳 아닌 헌재가 ‘1948년 건국헌법’을 해설하면서 그리 주저주저해서야…. 시절의 숙어 ‘유체화법’도 아니고!

그나저나 헌재가 ‘1948년 건국…’이라 해왔으니 지난 보름이 혹 어땠을까.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5일 “1948년 8월 15일 건국됐다고 하는 주장은 헌법에 반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없애 북한을 이롭게 하는 이적(利敵)행위”라고 목소리 높였더랬다. 덧붙여 “1948년 건국됐다는 건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다는 우리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주장”이라며 “제헌헌법에도 대한민국이 기미(1919)년 독립운동으로 건립됐으며, 제헌헌법을 통해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한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틀 앞서 3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역사교육 정상화’를 역설하면서 “우리는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의 탄생을 전 세계에 알렸다”고 한 데 대한 반론이었지만 글쎄…, 하마터면 헌재까지 이적세력으로 싸잡힐 뻔했으니….

또 그나저나, 대한민국 건국을 1948년 아니라 1919년으로 한 세대 앞당긴 문 대표가 제헌헌법 전문의 ‘기미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라는 17자가 실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주문 생산이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을까. 제헌헌법을 기초한 유진오의 ‘헌법기초회고록’(일조각·1980.2)에 따르면 초안 그 대목은 ‘삼일혁명의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였고, 더 앞서 그 초안의 초고는 ‘기미혁명의 정신을 계승하여’였다(초안 제2장 ‘국민의 권리 의무’가 앞서 초고에선 ‘인민의 기본적 권리 의무’였던 1948년 4월 그 시절 얘기다). 박찬승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돌베개·2013.7) 332쪽을 빌리면 이승만 초대 국회의장이 바로 그 대목을 ‘기미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로 고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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