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등의 혐의 입증 쉽지 않아
수사인력 절반 공소유지에 투입


올해 초만 해도 개가를 올렸던 방위사업 비리 합동수사단이 지난 10월 1심법원이 황기철(58) 전 해군참모총장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는 등 재판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합수단의 최대 업적이 황 전 총장에 대한 구속 기소였던 만큼 그의 무죄 판결은 더 큰 타격으로 돌아왔다. 검찰은 황 전 총장을 배임 및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의 혐의로 기소했지만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합수단은 1심 판결 직후 항소했지만, 당사자 간에 돈이 오고 간 금품수수가 아닌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경우에는 검찰의 유죄 입증이 쉽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 관측이다. 황 전 총장이 연루된 통영함 음파탐지기 도입 비리 사건에서도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돈을 받은 전·현직 영관급 장교들은 실형에 처해졌다. 반면 황 전 총장과 그의 부하였던 오모 전 대령은 금품거래가 드러나지 않아 공소유지가 어려워 보인다.

재판 과정에서 핵심 관계자들이 검찰 수사 때의 진술을 뒤집은 것도 합수단에 불리한 형국이 됐다. 황 전 총장과 함께 기소됐던 오 전 대령은 합수단 조사에선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소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황 전 총장이 ‘음파탐지기 도입 사업에 참여한 H사에 참모총장의 동기가 근무하니 신경 써서 도와주라’고 했다”고 진술했으나 재판에선 이를 부인했다.

범행 목적에 대해서도 합수단은 황 전 총장이 당시 참모총장을 통해 인사상 이익을 얻기 위해 범행에 관여한 것으로 봤지만 재판부는 “군의 인사규정상 방사청에 파견된 군인의 근무평정은 참모총장이 아닌 방사청장이 갖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장성급에 대한 인사권은 참모총장이 갖고 있다는 것이 군의 통설이지만 항소심 재판부에서 이를 인정할지는 미지수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관련기사

정철순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