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18년 전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했던 11월 22일과 같은 날 서거한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경제 분야 업적은 명암이 크게 엇갈린다. 금융·부동산 실명제 도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등 한국 경제를 선진화하기 위한 초석을 닦았지만, OECD 가입을 위해 급속한 개방과 저환율(원화가치 상승) 정책을 펼친 여파로 IMF 위기라는 사상 초유의 국가 부도 사태를 불렀기 때문이다. 금융·부동산 실명제의 경우에도 도입한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연간 수백 명이 다른 사람 이름으로 부동산을 등기했다가 과징금을 부과받고 형사 재판에 넘겨지고 있고, 부동산 차명 거래가 고위 공직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있는 것은 ‘투명 경제’의 유산이 아직도 진행 중인 과제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2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YS가 대통령으로 재임할 때 발생한 IMF 위기는 “한국 경제는 IMF 위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엄청난 유산을 남겼다. YS는 이전 정부에서 추진하지 못했던 금융·부동산 실명제와 OECD 가입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YS가 추진한 경제 개혁은 큰 방향에서 옳은 것이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선진국 클럽’인 OECD 가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 경제를 너무 빠른 속도로 외부에 개방했고, 미 달러화로 환산된 1인당 국민소득을 높이기 위해 무리한 저환율 정책을 밀어붙이다가 ‘단군 이래 최악’이라는 IMF 위기를 맞으면서 재임 기간 쌓은 업적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집권 초기 90%를 넘었던 지지율이 임기 말 역대 최저 수준인 8%까지 떨어졌다는 것은 경제 실패가 다른 모든 분야의 성과를 가렸음을 잘 보여준다. 금융·부동산 실명제 도입을 단행한 것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일이었다. 그 과제는 아직도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많은 보완 입법안이 제출돼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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