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만 등의 경우에도
핵심기술 이전 부정적

협상용 카드 성격일수도
‘中경사론 경고’ 분석도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미국 정부가 한국형전투기(KF-X) 기술과 관련해 2013년 경쟁입찰 때부터 이전을 약속한 21개 기술 중 ‘쌍발엔진 체계통합’ 및 ‘세미 스텔스’ 기술을 포함한 3개 기술의 미 정부 수출허가(E/L) 승인 거부를 통보한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은 고등훈련기 T-50을 록히드마틴과 공동개발하면서 단발엔진 관련 통합기술은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지만 쌍발엔진의 체계통합 기술이전 추가 확보 없이는 기체 형상 제작부터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국방부는 E/L 승인을 거부한 미 국무부의 의도가 급성장하는 한국의 독자 전투기 기술 개발에 본격적으로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향후 한·미 간 전투기 기술협력 및 수출 시장을 둘러싸고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단순 협상용 성격인지 분석 작업과 협상을 병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한국의 중국 경사론과 관련,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정무적 판단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상 차원의 협조방안을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방부는 KF-X 사업에 큰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미국 측과 추가 협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24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신설하기로 한 양국 국방·외교 당국이 참가하는 방산기술전략·협의체를 통해 21개 기술 이전 문제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과 방산업계는 미국이 지금까지 일본, 이스라엘, 대만 등 동맹국들이 전투기를 독자 개발하는 것을 가능한 한 허용하지 않고 핵심 기술이전에도 부정적이었던 것에 비춰, 한국이 T-50 초음속 훈련기 공동개발을 계기로 미국 정부의 기술이전을 통해 F-16 플러스급 전투기를 개발해 미국의 아성에 도전하려는 시도에 본격적인 제동을 거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7월 한·미 정부 간 협상에서 한국의 유럽·이스라엘 등 제3국 제품 다중위상배열(AESA ) 레이더 기술협력 채택과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 공동개발국 참여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는 전언도 있다. 당시 미 행정부가 록히드마틴 등 미국 업체의 KF-X 사업 참여에 대해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새어나온 것이 이번 3개 기술 이전 거부와 무관치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올해 4월 AESA 레이더 등 4개 항전 장비 센서의 체계통합 기술이전 거부를 통보했지만 자국 업체의 레이더 판매와 인력지원을 통한 체계통합 업무 지원은 허용한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미국 정부 입장에서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전투기 공동개발 및 단발엔진 개발을 선호한 록히드마틴의 입장과 배치되는 쌍발엔진을 개발하려는 KF-X 사업에 대한 지분 투자에 부정적인 판단이 설 경우 21개 주요 기술이전에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방산업계에서 제기됐다.

국방부와 방사청이 추가 협상을 통해 미 정부의 입장 변화 등 뒤집기를 시도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기술이전을 거부한 AESA 레이더 기술을 75∼80% 수준으로 확보했으며 기술개발 기간도 3년 앞당겨 2021년까지 마치고 각종 테스트를 거쳐 2025년까지 전력화하겠다”면서 야심 찬 계획을 공개한 것에 자극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절충교역 형식의 기술이전에 대한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영국·스웨덴·이스라엘·일본 등 방산 선진국들은 공동개발 형태의 기술이전, 국내 투자 등의 잠재적 가치를 강조하는 반면, 한국 등 방산 후진국들은 대응구매(수출), 부품 생산 등 명목가치 위주의 절충교역을 선호하는 문제점이 KF-X 사업을 계기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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