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대 단순 원형 램프서
2000년대 LED로 개성 표현
눈썹같은 주간주행등도 구현

혼다 레전드 ‘보석’ 형상화
벤츠 E클래스 ‘4개의 눈’ 등
브랜드 정체성 확립에 사용

“못생긴 개구리” vs “역동성”
스포티지, 출시 두달째 논쟁


지난 8월 기아자동차가 4세대 스포티지인 ‘The SUV, 스포티지’를 공개했을 때 전면부 디자인, 특히 헤드램프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헤드램프의 위치를 그릴보다 높게 장착한 뒤 양 끝으로 날을 세운 모양새를 두고 ‘가늘게 눈을 뜬 못생긴 개구리’ 같다는 혹평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특유의 ‘비례적 역동성’을 잘 나타냈다는 호평이 맞붙었다. 이 논쟁은 여전히 뜨거워 출시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온라인상에서 스포티지의 미적 평가는 ‘살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헤드램프의 첫 인상론’으로 설명한다. ‘눈’을 통해 사람의 첫인상을 판단하듯, 처음 나온 자동차를 볼 때도 눈과 같은 디자인 효과를 지닌 헤드램프가 자동차 전체 ‘호불호’의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3초 만에 결정되는 첫인상을 바꾸는 데 3개월 이상 걸린다’는 속설은 그래서 헤드램프 개발에도 예외가 아니다. 자동차 외관에서 쉽게 눈길을 끄는 부위인 만큼 신차가 출시되면 헤드램프 위치와 모양의 미적 적절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번 스포티지 사례처럼 차량 성능을 얘기할 때보다 치열하게 벌어지곤 한다.

한 마디로 시대별 기술 개발의 한계와 현재 유행이라는 ‘틀’ 모두를 고려하면서도 최대한 차별화를 이뤄야 하는 작업이 헤드램프 디자인 업계의 지상과제인 셈이다. 1900년대 초반 단순한 원형에서부터 시작된 헤드램프가 현재 인간이나 짐승의 눈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형상화하는지 경쟁하는 장면은 새삼스럽지 않다. 때로는 안개등, 리어(후면) 램프와 같은 자동차의 또 다른 ‘눈빛’에서도 차별화 작업을 벌여야 하는 게 추세로 인식되고 있다.

25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헤드램프 디자인은 기술 개발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아왔다. 기술 발전에 따라 표현의 영역 역시 넓어지고 있다.

1890년 자동차에서 사용된 랜턴식 헤드램프는 1910년쯤 현재와 같은 전자식으로 발전해 헤드램프 디자인의 고전인 원형 모양을 갖췄다.

폭스바겐 비틀로 대표되는 이 디자인의 존재 이유는 단순했다. 광원을 효율적으로 전방에 투사하려면 둥근 반사경이 유리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 뒤 램프에 사용되는 백열전등의 효율이 높아지면서 1960년 포드 타우러스를 필두로 사각 헤드램프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는 오일 파동이 겹치면서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헤드라이트를 숨길 수 있는 개폐식 헤드램프가 유행하는가 하면 요즘에도 쉽게 눈에 띄는 곡선형 헤드램프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헤드램프가 구부러진 선으로도 구현될 수 있다는 점과 2000년대 중반 헤드램프 광원에 LED가 채용된 점 역시 표현력을 높여 이 부분이 생명체의 ‘눈’으로 형상화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인간의 눈’을 모티브로 한 인피니티 Q50이 대표적이다. 눈썹에 해당하는 주간주행등(DRL·Daytime Running Lights)과 함께 LED 헤드램프가 동공처럼 보여 자동차가 갖는 생명체 모습의 전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더 나아가 고급 브랜드 업계에서는 헤드램프의 개성을 더욱 뚜렷이 해 아예 패밀리 룩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E-Class의 경우 1995년부터 ‘4개의 눈’이라는 콘셉트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데 헤드램프 내부 LED 경계선이 뚜렷해지면 양쪽의 2개 헤드램프가 4개처럼 보이는 식이다. BMW는 헤드램프 상단에 톱질 된 듯한 형태의 ‘트윈 원형 헤드라이트’를 제품군마다 다르게 배치한 점이 특징이다.

이밖에 렉서스는 화살촉을 모티브로 ‘L’자 DRL을 표현해왔고, 폭스바겐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수평을 이루는 헤드램프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지난 2월 출시된 혼다 뉴 레전드는 보석을 형상화한 주얼아이(Jewel Eye) 헤드램프를 해당 모델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면부만 봐도 고급 브랜드인 자사 차량의 특징을 파악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안개등과 리어램프도 날이 갈수록 치열한 개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아차는 2016년형 올 뉴 쏘렌토와 4세대 스포티지에 네 개의 램프로 구성된 아이스큐브 안개등을 적용했고 BMW는 뉴 미니 클럽맨을 출시하면서 트렁크 도어와 완벽히 통합된 모양의 리어램프로 눈길을 끌었다.

BMW 관계자는 “이 같은 특징이 ‘아이콘’적인 요소를 만들어 종합적으로 브랜드 정체성에 이바지해왔다”고 평가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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