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력·세로토닌계 이상도 상관관계
사소한 일로 ‘욱’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주변에 많다. 그래서 층간 소음 때문에 말다툼을 벌이다가 난투극이 되고, 도로에서 진로를 방해했다고 다가가 손도끼나 망치로 차량을 파손하는 일도 벌어진다. 모두 화를 참지 못해 벌어진 현상이다.
이처럼 분노를 참지 못하고 타인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범하게 되는 증상을 ‘충동조절장애(impulse control disorder)질병군 중 간헐적 폭발장애(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라 한다. 흔히 ‘분노조절장애’라고 불린다. 2015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50% 정도가 분노조절 어려움을 한 번 이상 경험한 적이 있다. 또 10% 정도는 치료를 요할 정도로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얼마전에는 ‘나 요즘, 분노조절장애인가?’(팜파스)란 책이 신간으로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책은 분노 감정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므로 죄책감보다는 자신의 감정으로써 분노를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학적으로는 대인관계에서 일상의 문제나 감정적 도발, 기타의 정신사회적 스트레스 요인들에 의한 감정통제 능력 부족으로 지나치게 심한 분노를 표출할 때 간헐적 폭발장애라고 표현한다. 간헐적 폭발장애에서 보여지는 공격적 충동 폭발은 전형적으로 예고 없이 급작스럽게 발생한다. 폭발적 분노 표현은 대개 30분 미만으로 끝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생후 초기 20년간 신체적·심리적 외상 기왕력이 있는 개인들은 이 질환의 발병 위험률이 증가했다. 또 분노조절장애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도 발병 위험률이 증가하며, 쌍생아 연구에서는 충동적인 공격성의 유전적 영향력이 입증되었다. 전 세계적인 연구 결과에서 세로토닌계의 이상이 이 질병과 상관있으며 특히 변연계(전측대상회)와 안와전두피질의 이상도 직접적 관련이 있다. 또 편도체는 분노 자극에 반응하여 활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활성은 일반인들보다 질환을 앓고 있는 개인들에게서 더욱 크게 나타났다.
분노조절장애의 치료에는 충동지연 행동기법, 분노조절훈련, 명상, 인지행동치료 등이 도움이 되며 공격성이나 충동성을 완화시키는 약물이나 항우울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세로토닌과 도파민 등의 신경전달물질을 안정시키는 약물치료가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간헐적 폭발장애 진단기준
1. 공격적 언어사용(예, 분노 발작, 장황한 비난, 구두 논쟁·싸움) 또는 재산, 동물, 타인에 대한 물리적 위해가 3개월간 평균적으로 주 2회 가량 나타난다. 물리적인 위해는 재산의 손실이나 파괴를 일으키지 않으며, 동물이나 타인에게 신체적 상해를 입히지 않는다.
2. 재산에 대한 손실 또는 파괴를 일으키는 행동 또는 동물이나 타인에게 신체적 상해를 일으키는 물리적 위해가 12개월간 3차례 이상 발생한다.
3. 이 같은 증상이 어떠한 정신사회적 스트레스 요인으로도 촉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4. 화를 참지 못한 돌발 행동이 미리 준비되어진 것이 아니고(즉, 충동적이거나 화가 나있는 상태가 아니고), 실재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념하는 것과 관련이 없다(예, 금전, 권력, 협박).
5. 반복되는 증상이 개인의 현저한 심리적 고통이나 직업적·대인관계적 기능에 임상적으로 심각한 장애를 일으키며, 재정적이거나 법률적인 문제와 연관되기도 한다.
6. 연령은 최소 6년이 되어야 한다(또는 발달적 수준이 이에 동등해야 한다).
7. 반복되는 분노조절장애 증상이 다른 일반적인 의학 상태(예, 두부 손상, 알츠하이머병)나 물질의 생리적 효과(예, 약물 남용,약물 치료)로 인한 것이 아니고, 다른 정신장애(예, 주요 우울 장애, 양극성 장애, 파괴적 기분 조절 장애, 정신증적 장애, 반사회적 성격 장애, 경계선 성격 장애)로도 더 잘 설명되지 않는다.
<도움말 = 김율리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도움말>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