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지난 2006년 제1회 대회가 개최됐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도한 이벤트다. 2009년 2회 대회가 열린 뒤 올림픽, 월드컵처럼 4년 주기 개최 방침이 정해져 2013년 3회가 열렸고 2017년 4회가 예정돼 있다.
프로기구인 메이저리그가 국제 대회를 조직하고 운영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야구의 세계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WBC를 창설했다. 4년마다 월드컵이 열려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는 축구처럼, 야구 또한 지구촌 곳곳에서 사랑받는 스포츠로 키우자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회 WBC의 전체 수익금 중 17.5%를 메이저리그 선수노조에 떼어줬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자발적인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메이저리그만 프로로 인정하는 듯한 태도에 특히 한국과 일본의 불만이 컸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선수노조와 함께 WBC 조직위원회를 공동 설립했고 2회 대회 때부터 수익금을 미국 66%, 일본 13%, 한국 9%로 분배했다. 그런데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미국이 받는 66% 중 절반은 선수노조에 돌아간다.
1회 대회 일정은 미국에 지나치게 유리하게 ‘고안’됐다. 본선 1조 1∼2위, 2조 1∼2위가 4강전을 벌였다. 국제 대회의 관례인 크로스 매치를 무시한 건 미국의 결승 진출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미국을 한국, 일본, 멕시코와 함께 1조에 편성해 2조의 당시 우승후보 도미니카공화국, 쿠바,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리코와 마주치지 않도록 배려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 일본에 이어 1조 3위가 되면서 결승 무대를 밟지 못했다.
지난 21일 또 다른 야구 국가대항전인 제1회 프리미어 12가 끝났다. 프리미어 12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SBC)이 주최했지만, 사실상 개최국인 일본이 주도했다. 일본은 자국에서 열리는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야구의 정식 종목 채택을 노리고 있으며, 프리미어 12를 그 징검다리로 삼았다. 그런데 프리미어 12는 묘하게도 제1회 WBC를 떠올리게 했다. 일본이 자국 대표팀에 유리하게 일정을 편성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결승전 진출을 낙관했고, 결승에 앞서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준결승 날짜를 하루 앞당겼다. 일본은 12개 참가국 중 유일하게 낮 경기를 치르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은 4강전에서 한국에 덜미를 잡혀 역시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그리고 프리미어 12는 상금만 주어질 뿐 수익금 배분은 아예 없다.
프리미어 12 역시 4년 주기로 열릴 예정이다. 그렇다면 야구 국가대항전은 두 개가 되는 셈이고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가 주도권을 다투는 모양새가 됐다. 그런데 양쪽 모두 자국의 이익을 앞세우는 이기주의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야구의 세계화,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이란 목표는 공정성을 담보로 하지 않으면 달성하기 어렵다. 정정당당한 승부의 세계에서 ‘꼼수’는 외면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jh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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