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저자로 행세하던 ‘양심 불량 교수님’들이 지난 24일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남의 책에 표지만 바꿔 자신의 저서인 양 출간한 일명 ‘표지갈이’를 하다가 들통 난 이들은 전국 50여 개 대학 200여 명에 이른다. 특히 이들 중 대다수가 물리 생물 화학 등 이공계열 기초과학 분야여서 충격을 주고 있다. 표절이 논문의 일부를 출처 표시 없이 베끼는 것인데 반해, 표지갈이는 원저자의 연구 성과를 통째로 가로채는 것으로 명백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심지어 표지갈이 한 책을 제자들에게 팔아 인세를 챙긴 ‘파렴치’ 교수도 있다 하니 참담할 뿐이다. 그런데 이런 비리는 오래전부터 있었던 관행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전국 대학에 널리 퍼져 있으며 발각된 이들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들은 소속 대학의 재임용 평가를 앞두고 연구실적을 올리기 위해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대학의 교수 재임용 심사에는 강의 평점은 기본이고, 책 출간, 논문 발표, 언론사 칼럼 기고 등이 중요한 평가항목으로 포함돼 있다.
교육부는 최근 연구윤리지침을 강화해 시행하고 있다. 연구 내용에 기여가 없는데도 저자 자격을 부여하거나 타인의 독창적인 아이디어 또는 창작물을 적절한 출처표시 없이 활용하는 행위를 엄벌키로 했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교육계 사상 초유의 대규모 교수 퇴출 ‘후폭풍’을 몰고 오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교수신문이 최근 4년제 대학 전임교수 78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동료 교수의 표절 행위에 대해 응답자의 85%가 모른 척하거나 조용하게 처리한다고 답했다. 보수적인 대학사회의 특성상 내부고발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 문제에는 비판의 날을 곤두세우면서 정작 자신이 속한 교수 사회의 절도행위에 대해서는 모른 척 눈을 감고 있다니 학자적 양심과 실종된 윤리에 서글픔마저 느낀다.
최근 천재 소년 송유근 군의 최연소 박사학위 기대를 좌절시킨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의 검증 수준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표지갈이 사건을 계기로 대학교수 평가 시스템의 개혁이 시급하다. 출판이나 논문의 경우 단순히 건수만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질적 평가와 함께 철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이에 앞서 최고 지식인으로서 교수들의 자정 노력이 우선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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