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형식 문제로 야당 반대
사기액 한 해 4조∼5조원
‘솜방망이’처벌에 재범 빈발
가구당 경제손실 年 40만원


보험사기 사건이 흉포화하는 등 심각한 민생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데도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 제정 문제가 야당의 반대로 ‘좌초 위기’에 놓여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원회는 26일 박대동(새누리당) 의원이 2013년 8월 대표 발의한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 제정안을 논의했으나 야당 측의 반대로 더는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박 의원과 금융위원회는 그동안 야당이 문제 삼아 온 내용을 죄다 반영해 수정 조문을 만들어 이번 법안소위에 제출했으나 야당 측은 원점으로 돌아가 ‘법 형식’을 문제 삼고 나와 이날 정무위 전체회의 통과 가능성조차 불투명해졌다.

이번에 국회 정무위를 통과하지 않으면 19대 국회 회기 중에 법 제정이 어려워져 폐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법안은 보험사기 범죄 규정을 따로 두고, 가중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지난 수년 동안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잠자고 있는 사이에 보험사기 문제의 심각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에는 이혼한 전 남편에게 독극물을 투여해 살해하고 재혼한 남편과 시어머니까지 같은 방법으로 죽인 후 10억 원 상당의 사망 보험금을 챙긴 A(44) 씨가 경찰에 검거됐다.

올 상반기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3105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2% 증가했는데, 경기침체 장기화로 생활 형편이 어려워지자 보험사기에 손을 대는 사례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보험 사기액이 미적발 사건까지 고려할 경우 한해 4조~5조 원에 달하고, 이에 따른 가구당 경제손실 규모가 연 40만 원에 육박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김정훈(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3년에 실제로 발생한 전체 보험사기 규모는 최대 적발 금액의 8배가량인 4조7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대와 보험연구원은 공동 연구를 통해 2010년에 발생한 실제 보험사기 규모를 연간 3조4000억 원 규모로 추정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처벌 수위는 벌금형 등 ‘솜방망이’ 수준에 그쳐 현재의 형법 체계가 오히려 보험사기 범죄의 재발을 유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