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 등을 붙인 오바마가 얼굴을 펴고 웃었다. 오전 10시, 벽에 걸린 한랜드 시계는 오후 12시가 되어가는 중이다. 백악관 집무실 안 벽에 시계가 3개 걸렸고, 밑에 지명이 붙여져 있다. 그 셋은 베이징과 프랑스, 그리고 한랜드다. 베이징은 오후 11시, 프랑스는 오후 4시다. 오바마의 지시로 최근에 시계 3개를 부착한 것인데 그것이 요즘 오바마의 관심도를 나타내는 것이나 같다. 오바마의 앞에는 국무장관 헤이스와 이번에 임명된 안보보좌관 로버트 스코필드가 앉아 있었는데 둘 다 긴장한 상태, 정색하고 있다. 오바마가 말을 이었다.
“이제 동북아 상황은 새로운 세력 균형이 형성되었다고 봐도 되겠어요.”
헤이스와 스코필드는 시선만 마주쳤다. 요즘 미국 정계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동북아에 형성된 새로운 세력 균형에 당황하면서 열심히 이해득실을 계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대세(大勢)다. 초강대국 미국과 일본이 연합했지만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나가떨어진 경우가 되겠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손실은 적다. 오히려 이중의 벽이 만들어진 것 같다. 그것은 바로 한민족, 남북한연방과 한랜드로 연결된 새 세력과 러시아연방의 연결이다. 그 연결고리가 미·일 동맹의 아시아 접근을 차단시킨 효과를 냄과 동시에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 역할이 되었다. 기묘하고 기가 막힌 ‘유라시아 로드’다. 바로 한민족의 대륙 진출이 이뤄지면서 강대국의 심장을 꿰었다. 이것은 남북한연방으로 시작되어 아시아 전역에 흩어졌던 한민족이 한랜드로 이동하면서 이루어진 ‘세계지도’다. 카레이스키, 조선족, 조센징, 그리고 세계 각국으로 흩어졌던 수백만 한민족들의 힘이 이제 백악관 집무실의 한랜드 시계로 표출되고 있다. 그때 헤이스가 입을 열었다.
“가장 당황하고 위협을 느끼는 국가는 당연히 일본입니다.”
그것은 세계의 모든 국제문제 전문가들이 지적한 상황이다. 헤이스가 말을 이었다.
“한국 정부의 이번 처신은 훌륭했습니다. 한국은 러시아는 물론 중국 정부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여론도 전폭적으로 남북한연방과 한랜드로 이어지는 ‘한민족의 유라시아 로드’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 ‘동쪽의 만리장성’이라고까지 표현하는 언론도 있다. 그때 스코필드가 말했다.
“각하, 이제는 미국도 한반도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프린스턴대 아시아 연구소장 출신의 스코필드가 똑바로 오바마를 보았다.
“일본은 수백 년 동안 침략만 일삼아온 국가입니다. 한반도는 물론이고 중국까지 왜구라고 불린 일본 해적의 침탈을 수백 년간 받아왔고 전쟁을 일으켰지만 한 번도 제대로 된 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오바마가 소리 죽여 숨을 뱉었다. 대학교수 출신들은 대통령이건 교황이건 가르치려고 드는 것이 걸리지만 맞는 말이다. 요즘 오바마도 역사 공부를 하는 중이다. 스코필드가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일본을 놔두시지요. 미·일 동맹의 배경을 믿고 미국의 얼굴에 오물을 뿌리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때 오바마가 생각난 듯이 말했다.
“시카고 헤럴드에서 차라리 미국의 52번째 주로 일본을 편입시키자는 사설이 났던데, 일본 반응은 어때요?”
헤이스와 스코필드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되려고 기를 쓰는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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