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열린우리당 당의장까지 지낸 4선 국회의원으로, 야권에서 상당한 신망을 받는 중진 정치인이다. 그런 신 의원이 최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다니는 아들이 졸업 시험에 떨어지자 구제해 달라고 학교 측에 압력을 행사한 의혹이 제기됐다. 역대 대통령들조차 자식 문제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던 것처럼 부모의 마음이야 이해할 수 있지만, 그래도 신 의원이 그동안 쌓아온 정의·양심·민주 등의 이미지에 비춰볼 때 이런 논란만으로도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로스쿨=현대판 음서제(蔭敍制)’ 비판을 받고 있고, 또 수백 곳에 원서를 넣고도 취업을 못한 수많은 청년 실업자가 ‘흙수저’ ‘헬조선’ 등의 표현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정확한 진실은 차차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 보도된 경위는 이렇다. 경희대 로스쿨은 지난 17일 졸업사정위원회를 열어 신 의원 아들을 포함한 8명을 졸업시험에서 탈락시키기로 했다. 아들이 변호사시험에도 응시할 수 없게 되자 신 의원은 학교를 찾아가 면담을 했고, 이후에도 자신의 집과 의원 사무실에서 학교 관계자를 만났다고 한다. 신 의원은 상담 차원이었을 뿐이라고 했지만, 이미 탈락이 결정된 상황에서 야당 중진이 학교 관계자를 만난 사실 자체가 압력으로 비칠 개연성이 짙다. 더욱이 현재 50%선인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올려줄 수 있다고 얘기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얼마 전에 같은 당 윤후덕 의원이 로스쿨 출신 딸의 대기업 취업을 청탁해 물의를 빚었고,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 아들도 정부 법무공단의 변호사 취업 과정에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있었다.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자녀들을 챙긴다면 ‘힘 없고 빽 없는’ 부모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지난 8월 현재 대졸 이상 체감 청년실업률은 3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의원들이 이런 행태를 보인다면 청년들의 열패감과 분노는 커질 수밖에 없다. 야당이 정부가 추진 중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의 국회 통과를 막으면서, 뒤로는 이런 청탁이나 한다면 배신감은 더 커진다.

그러잖아도 로스쿨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잇단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사법고시 존치론은 힘을 받고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근간인 공정한 경쟁과 기회의 균등을 해치는 어떤 행태도 용납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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