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아파트단지 도색용으로 납품된 2억원 상당의 페인트 2000통 가운데 1000통이 빈 깡통으로 배달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조사를 받던 아파트 관리소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다.
28일 경찰과 유가족 등에 따르면 오산시 모 아파트관리사무소 과장 A(53)씨가 지난 26일 오후 7시 15분께 자신의 욕실에서 넥타이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가족들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 아파트 도색공사에 빈 페인트 통이 납품된 사건과 관련 수사를 받고 있는 A씨가 진술 과정에서 심적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한 것으로 보고 숨진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 납품 비리 사건은 A씨가 지난 13일 오전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쌓여 있던 페인트 통을 우연히 팔로 쳤다가 빈통이라는 사실을 알아채면서 드러났다.
A씨는 관리사무소 다른 직원과 입주자대표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지만 “그냥 모른척 하라”는 말만 들었다.
고민 끝에 A씨는 다른 아파트 입주자들과 상의해 지난 18일 화성동부경찰서에 경찰수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경찰 수사결과 N페인트 업체가 지난달 13일부터 현재까지 납품한 페인트 2000여통 중 1000여통이 빈통이었다. 이 업체는 입주자들이 잘 다니지 않는 새벽 6시 30분께 페인트 납품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가족과 상의 끝에 24일 오후 업체선정 과정에서 자신과 관련된 비리 내용을 경찰에 자백했으며 이날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 25일 다시 수사를 받았다.
A씨는 업체 선정과정에서 자신도 일부 개입한 사실은 있지만 빈 페인트 통이 납품된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은 A씨가 이번 사건이 불거지면서 몹시 괴로워 했으며 귀가도 하지 않고 관리사무소에서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마지막 경찰 수사를 받은 뒤 가족에게 “홀가분 하다. 마음이 편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의 진술에 따라 N페인트 업체와 시공사, 관리사무소,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들을 불러 업체선정과 납품 과정 등을 조사하고 있으며 비리 혐의를 일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10월 5일 N페인트 업체와 9억원에 페인트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12일 시공사 D업체와 4억원에 아파트 내외벽, 지하주차장 도색과 옥상방수공사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공사기간은 계약한 날로부터 12월 25일까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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