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평 / 논설위원

“S급 인재는 찾는 데만 2∼3년이 걸리고 데려오려면 1∼2년이 걸린다. 사장들은 업무의 반 이상을 여기에 집중하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했던 말이다. 1983년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삼성은 인텔·IBM·벨연구소 등에서 한국인 기술자 영입에 공을 들였다. 때론 최고경영자보다 많은 연봉을 줬다. 반도체 성공에서 이들의 역할을 확인한 이 회장은 다른 사업에서도 인재 발굴을 적극 독려했다. 삼성은 핵심인재를 S급, A급, H급으로 구분한다. S급은 ‘어떤 산업을 글로벌 톱3에 들어가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다. A급은 경험·능력이 시장에서 입증된 사람, H급은 경험이 부족하나 성장잠재력이 큰 사람이다.(송재용·이경묵, ‘삼성웨이’)

한 기업의 미래를 읽는 키워드는 ‘연구·개발(R&D)’이고, 그 전제는 유능한 인재 확보다. 삼성전자의 R&D 인력은 지난해 7만 명을 넘어섰고, 그중 박사급만 6000명을 헤아린다. LG전자는 R&D 인력이 전체 임직원의 절반 이상이다. 구본무 LG 회장도 “좋은 인재는 유비가 삼고초려하듯 CEO가 직접 찾아가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는 지론을 편다. 나라 안팎의 훌륭한 인재를 확보하려면 대우 외에 입지가 특히 중요하다. 글로벌 인력은 문화생활 및 자녀 교육 여건을 따진다. 경기 판교가 우수 인력 유치의 ‘남방한계선’이라는 말도 있다.

그동안 수원·기흥·화성 등에 주력 연구소를 운영하던 삼성이 R&D 시설로 처음 서울에 입성했다. 서초구 우면동에 30일 문을 연 ‘삼성 서울 R&D 캠퍼스’엔 5000명의 디자인·소프트웨어 인력이 집결했다. 양재시민의 숲을 중심으로 한 양재·우면동 일대는 LG·KT를 비롯해 280개 연구소가 밀집한 곳이다. 2020년 이후엔 현대자동차 양재동 사옥이 글로벌 연구센터로 변신한다. 한국의 대표 기업과 주력 산업의 두뇌들이 함께 융·복합 연구를 수행할 ‘R&D 밸리’다. 또 다른 서울 R&D 밸리로 강서구 마곡지구가 있다. 이곳에는 축구장 24개 규모 부지에 2만5000명의 연구인력이 활동할 ‘LG사이언스파크’를 비롯해 대·중소기업 연구소들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최근 발표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2015 세계 인재보고서’에서 한국은 우수인력 유출 우려가 큰 국가군(群)에 속했다. 수도 서울의 두 R&D 밸리가 글로벌 두뇌들로 북적이면 그런 우울한 평가도 사라지지 않겠는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