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 논설위원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內訌)은 ‘뫼비우스의 띠’와 같다. 긴 직사각형 모양의 띠를 한번 꼬아서 다른 한쪽 끝에 붙이면 돌고 돌아도 끝이 나오지 않는 무한 반복의 상태가 지금 제1야당의 모습과 닮아서다.

안철수 의원은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당내 모든 세력이 참여하는 ‘혁신 전당대회’를 갖자고 역제안했다. 한마디로 문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하고 전당대회에서 한번 붙어보자는 제안이다. 이것만이 지루한 당내 분란을 잠재울 수 있다는 뜻이다. 당내 세력이 거의 없는 안 의원이 전당대회에서 문 대표와 붙더라도 불리한 상황이지만, 이를 감내하겠다는 의지다. 문 대표는 “당내 의견을 들어 보겠다”며 즉각적인 거부 의사를 밝히진 않았지만, 당권을 내려놓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선거에 연전연패하고 당내 비주류들이 끊임없이 흔들어도 오로지 친노 패권을 지키기 위해 물러나지 않았는데, 당내 아무 세력이 없는 안 의원이 물러나라고 해서 순순히 그만둘 문 대표와 친노(親盧)가 아니다.

안 의원의 말처럼 ‘문·안·박 연대’가 성사된다 해도 지지자들이 돌아오리라는 보장은 없다. 지금 호남을 비롯한 야당의 텃밭 지역에서 지지율이 한 자릿수 바닥인 이유는 단지 지도 체제가 불안정한 것만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야당에 대한 신뢰가 없어지고 나아가 수권(受權) 비전이 보이지 않는 것이 더 큰 원인이다. 공천을 공정하게 한다고 해서, 당의 얼굴을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문 대표가 당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공천 제도 개혁을 한다고 했지만 감동이 없는 이유도 병(病)의 뿌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평생 야당을 지지하다 최근 등을 돌린 사람들의 공통된 지적은 ‘이런 야당이 집권할 경우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걱정스럽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지난 11월 14일 서울 도심 한복판을 무법 폭력 천지로 만든 ‘민중총궐기대회’를 바라보는 야당의 시각을 보면 분명해진다. 아들을 의경(義警)에 보낸 한 지인은 “그동안 야당에 표를 준 나 자신이 원망스럽다”고 했다. 문 대표는 모든 국민이 지켜본 폭력시위에 대해 시종일관 경찰의 과잉대응만 문제 삼았지 시위대의 불법 폭력은 아예 눈을 감았다. 더욱이 경찰이 불허한 12월 5일 집회 때는 시위 현장에 나가 평화시위를 보장하기 위한 ‘사람 벽’을 치겠다고 한다. 폭력에는 눈감고 경찰의 과잉대응만 부각시키려는 꼼수이자 불법에 앞장서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10여 년 전 야당이 집권했을 때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2003년 11월 문 대표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있을 때 부안 방폐장 시위 등과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시위문화 4대 원칙’을 천명했다. 첫째 합법적인 시위에 대해서는 철저히 보장한다. 둘째 불법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추적해 책임을 묻고 처벌 문제는 협상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셋째 불법 폭력시위가 발생하면 그 시위의 주체와 진행 중이던 협상을 중단한다. 넷째 상습적으로 불법 폭력시위를 주도하고 선동하는 지도부와 선량한 구성원들을 구분해 대응한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을 이번 민중총궐기대회에는 왜 적용을 못한다는 것인지 문 대표는 답을 해야 한다.

더욱이 자신들이 집권할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추진해 놓고, 지금은 한·중 FTA의 발목을 잡고 있다. 테러 위협이 증대돼도 ‘테러 방지법’ 제정에는 관심이 없다. 북한 인권 문제, 청년 실업난이 심각해져도 경제활성화 법 처리에는 눈길 한번 주지 않는 야당의 모습에서 수권능력을 찾을 수 있겠는가. ‘낡은 진보’ ‘집권을 포기한 정당’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내년 총선에서 70석 안팎을 얻을 것이라는 충격적인 시뮬레이션 결과도 나오고 있다.

누가 당권(黨權)을 잡느냐는 중요치 않다. 건강하고 합리적인 야당이 없다는 것은 국민의 불행이다. 이러니 여당 핵심인사가 ‘반기문 대통령, 친박 총리의 이원집정부제 개헌’ 같은 오만한 얘기들을 공공연히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야당이 국민의 인기를 얻는 길은 과거 자신들이 집권했던 때를 떠올리면 된다. ‘정권을 잡은 것처럼’만 행동한다면 국민은 야당을 다르게 볼 것이다.
이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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