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1000명의 지식인이 미증유의 경제 위기를 경고하고 적극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경제가 백척간두에 서 있는데도 국회의 직무유기로 경제 개혁 정책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식인들은 경제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정치권과 재계·노동계에 개혁 동참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의 경제 상황은 1997년 외환위기 상황과 너무나 흡사하다. 그 당시에도 정쟁(政爭)으로 개혁은 뒷전이고 사회는 분열돼 정치적 공방만 지속됐다. 기업이 쓰러지는 데도 노·사 갈등은 계속됐다. 과거의 잘못이 또다시 반복되는가.
대외 경제 환경의 악화로 국민소득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떨어졌다.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전이나 카드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에도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소비의 성장기여도보다 나빠졌다. 그런데 지금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떨어지고 있다. 수출을 주도했던 기업들은 부도 직전에 내몰렸다. 국내 굴지의 기술 경쟁력을 갖춘 건설업체가 해외 악재로 전 직원이 1개월간 무급순환휴직을 한다. 조선 산업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고 몇몇 기업은 법정관리로 갈 위험에 직면해 있다. 철강 산업도 철강재 가격의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제조업의 매출액은 1.6% 줄었다. 이중 중화학공업 매출액은 2.4% 줄었다. 반도체 및 전자부품 산업의 매출은 6.3% 줄었고, 컴퓨터 관련 산업 매출도 6.5% 줄었다. 주력 산업이 모두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의 외화 가득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자본 유출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2003~2008년 중 대외채무가 2100억 달러 급증했다. 또 2009년 1분기부터 2015년 2분기까지 추가로 819억 달러가 늘었다. 금융 시스템이 취약한 상황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단기 자금이 유출될 경우 금융 시스템은 커다란 부담을 안게 된다. 더욱이 대출받은 기업들이 대부분 만성적 적자여서 금융 시스템의 위험은 더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외 충격이 금융위기를 촉발할 가능성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러면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국회가 제대로 일을 해야 한다. 정부는 자산시장 정상화 정책 및 완화적 거시경제 정책으로 개혁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개혁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개혁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정쟁의 대상으로 치부돼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야당은 선거 때마다 정권 심판론을 제기했으나 패배했다. 국민은 잘 알고 있다. 국회가 국민의 심판을 받기 전에 정쟁보다는 토론을 통해 국정에 협력하여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정부도 리더십을 가지고 위기극복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장 원리에 입각해 상향식 기업 구조조정을 하고, 노동시장 구조 개혁을 통해 기업의 고용 창출 능력을 제고(提高)해야 한다. 대외 충격이 금융위기를 촉발하지 않도록 차단벽을 공고히 하고 부실자산 처리를 위한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신성장 산업에 과감히 투자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최대 과제는 새로운 무역질서 속에서 중국과의 가치 창출 관계를 재정립하는 일이다. 노동계도 1997년 외환위기를 교훈 삼아 투쟁을 자제해야 한다. 노동계는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과감히 노동개혁에 동참하고, 기업은 청년 고용 확대로 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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