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바타클랑서 추모 헌화 파리는 여전히 슬픔에 잠겨 있었다. 지구의 미래를 논의하는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정상회의가 29일 개막된 프랑스 파리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전 세계 147개국 정상 및 정상급 인사들이 모였지만 시내 곳곳에는 130명이 숨진 테러의 자취가 씻기지 않고 있었다.

이날 오후 9시 파리 시내 레퓌블리크 광장은 수천 개의 촛불이 어둠 속에서 빛을 밝혔다. 차도에는 자동차 행렬이 줄을 잇고, 음식점들의 조명도 켜졌지만 광장에는 애도감이 가득했다. 프랑스 공화국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 ‘마리안’ 동상 아래에 장미꽃이 놓였고, 크고 작은 초들이 타올랐다. 아기곰 인형과 작은 장난감도 보였다. 파리지앵들은 삼삼오오 모여 ‘우리는 파리 공격에 반대하고 규탄한다(We condemned and denounced the Paris Attack)’는 테러 반대 글귀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영원한 파리지앵’이라고 소개한 패트리퀴 구타로(45)는 마리안 동상 주변의 꺼진 촛불에 불을 붙였다. 그는 “파리는 지금 너무 어려운 시기에 처해 있다”며 “테러로 희생된 사람들을 영원히 추모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촛불을 켜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파리에는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그는 촛불이 꺼질 때마다 다시 불을 일일이 밝혔다.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90명이 숨진 바타클랑 공연장이 있다. 파리 경찰은 공연장 주변의 차도와 인도를 통제했다. 13일 파리 테러가 발생하고 두 주가 지났지만 공연장 주변은 어둠에 휩싸여 있다. 도로 통제로 상점들은 문을 닫았고, 반경 30m 정도는 인적이 끊겼다. 바타클랑 공연장이 다시 문을 열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내는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테러의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국도 ‘이슬람국가(IS)’가 제시한 62개 테러공격 대상에 포함돼 있지만 국회에 계류된 5개의 테러방지 관련 법안은 여야 간 이견으로 처리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는 서울의 모습을 한동안 떨칠 수 없었다.

이날 COP21 각국 실무협상대표들은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1분간의 묵념으로 첫 회의를 시작했다. 회의 공동 진행자인 아흐메드 조흘라프는 “야만적인 공격에 희생돼 숨진 이들의 기억을 기리는 최선의 방법은 우리가 다짐한 것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 = 이제교 기자 jklee@munhwa.com
이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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