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ed & Unlimited 가구박물관의 1층 전시실은 거장들의 작품 위주로 모아 놓았다. 오른쪽 상자 위에 놓인 작품이 덴마크 출신의 가구디자이너 거장 핀 율의 의자로, 같은 계열의 작품이 최근 런던 필립앤드퓨리 경매에서 9억 원 이상에 낙찰됐다.
Limited & Unlimited 가구박물관의 1층 전시실은 거장들의 작품 위주로 모아 놓았다. 오른쪽 상자 위에 놓인 작품이 덴마크 출신의 가구디자이너 거장 핀 율의 의자로, 같은 계열의 작품이 최근 런던 필립앤드퓨리 경매에서 9억 원 이상에 낙찰됐다.
대학로에 ‘Limited & Unlimited’ 박물관 내달 개관

핀 율·라르센 등 희귀작 한곳에… 이일규 대표 300억 私財 쏟아

“단순한 美, 한국 DNA와 닮아… 의자 팔걸이서 한옥 처마 연상”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에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모은 ‘가구 박물관’이 문을 열어 화제다. 특히 현대 가구 디자인을 선도하는 북유럽 모더니즘 가구들이 전시된 ‘Limited & Unlimited’라는 이름의 이 박물관은 연면적 약 4000㎡,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로 국내에선 보기 드물게 크고 특이한 박물관으로 대학로의 또 다른 명소가 될 전망이다. 다음달 초 문을 열며, 의자부터 테이블, 소파, 서랍장 등 핀 율(Finn Juhl·1912∼1989)을 비롯한 세계적인 가구 거장들 작품이 500여 점 가까이 전시된다. 작품들은 개인 컬렉터인 이일규(58) 박물관 대표가 수십여 년간 해외 경매시장을 돌며 직접 수집한 것들이다.

이일규 대표는 “이 박물관이 그동안 반도체나 자동차 산업 등에 비해 간과해온 가구 등 ‘경공업 디자인’ 분야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 주기 바란다”며 “가구 등 소비재 산업은 디자인과 결합할 때 고부가가치 산업이 충분히 될 수 있어 취업난의 젊은이들이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 때문인지 박물관은 가구가 아닌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워 박물관 이름 옆에 ‘DMM(Design Museum & Market)’을 명기해 놓았다. 건물도 ‘비움’의 건축철학으로 유명한 민현식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명예교수가 노출 콘크리트 기법을 가미해 건물 자체보다 전시물들을 돋보이도록 지었다. 특히 지상 6층 건물이면서도 이화장 등 주변 건물과 잘 어울리고, 건물 중앙으로는 대학로와 낙산 기슭의 마을로 연결하는 통로를 내놓아 ‘열린 공간’이란 느낌을 준다.

일찌감치 사업으로 자수성가한 이 대표는 청소년기부터 관심을 가졌던 가구 수집을 위해 전 세계 경매시장을 누볐다. 특히 그는 덴마크를 중심으로 모더니즘 태동 시기인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가구에 주목했다. 디자인의 예술성과 실용성을 잘 녹여내고 있는 이 시기의 북유럽 가구는 시간을 초월해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진가를 발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에 박물관에 전시되는 20여 명의 디자이너 작품 중에서도 이 대표가 1층에 핀 율 외에 한스 베그네르(Hans Wegner·1914∼2007), 포울 케르홀름(Poul Kjaerholm·1929∼1980),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1902~1971), 입 코포드 라르센(Ib Kofod Larsen·1921∼2003) 등 덴마크 가구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모아 전시한 것도 현대 가구 디자인을 그들이 대표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 2012년 경기도미술관에서 ‘선의 아름다움-현대가구의 시작’전을 통해 자신의 소장품 50여 점을 공개, 큰 호응을 얻었다.

전시된 작품 중에는 유일한 것으로 알려진 케르홀름의 테이블을 비롯해 국제적으로 경매시장에 3번밖에 나온 적이 없다는 율의 3인용 소파 등이 있다. 모두 고가의 희귀품으로 율의 의자 같은 경우 지난해 런던의 한 경매시장에서 9억여 원대의 고가에 팔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북유럽 사람들은 우리와 ‘DNA’가 같은 것 같다”며 “가구의 팔걸이 하나를 보더라도 한옥의 처마를 연상시키는 등 우리 고유의 감수성과 닿는 작품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수집한 가구들은 지하 공연장을 제외한 1∼4층에 각각 나눠 전시되며, 전체 전시작품 중에 가구가 80%이고 나머지는 조명등이나 카펫, 식기류 등의 생활용품이다. “젊은 분들이 박물관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디자인과 결합한 경공업에 관심이 커져서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물론 산업화도 돼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데 기여했으면 바랄 게 없습니다.” 사재 300억 원을 털어 박물관을 연 이 대표의 바람이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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