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부산 베이사이드 골프장에서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 2015를 마친 LPGA투어 선수들(오른쪽)과 KLPGA투어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가운데 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29일 부산 베이사이드 골프장에서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 2015를 마친 LPGA투어 선수들(오른쪽)과 KLPGA투어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가운데 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챔피언스트로피 폐막올해를 빛낸 한국 여자골프의 ‘레전드’ 24명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수다’로 얘기꽃을 피웠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주름잡은 여자골퍼 24명이 한데 모여 29일까지 사흘간 부산 베이사이드 골프장에서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 2015’를 치렀다. LPGA투어 ‘대표팀’이 14-10으로 승리를 거뒀지만, 시상식을 마친 뒤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선수들은 모두 환하게 웃고 있었다.

LPGA팀 주장 박인비는 “한국에 ‘정말 잘 치는 선수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3일 내내 했다”면서 “무한한 발전 가능성 있는 후배들이 많아 든든하고 LPGA투어에 진출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싱글 매치 마지막 주자로 나선 박인비는 박성현에게 3홀을 남기고 5홀 차로 대패해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하지만 박인비는 “후배들이 잘 치는 걸 보니 뿌듯했다”며 “나를 이긴 것만 봐도 KLPGA투어가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수준이란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인비 언니와의 대결을 앞두고 긴장했는데, 살짝 긴장하면 성적은 더 잘 나오는 것 같다”고 ‘비결’을 공개했다. 이날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유소연은 “2009년 9홀 연장전에서 이겼던 경험이 이후 나쁜 상황에서도,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게 했다”며 지금까지 매치플레이에서 단 한 차례도 패한 적이 없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번 대회에서 2승 1무를 거둔 백규정은 “모처럼 이기는 경기를 했다”며 활짝 웃더니 자기반성도 했다. 지난 1년간 성적이 부진했던 백규정은 “LPGA를 너무 만만하게 본 것 같다”고 말하더니 울음을 터트렸고, 곁에 있던 이미림도 덩달아 눈시울을 적셨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올해 프로로 전향한 박결은 “아마추어 때와는 다른 환경에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목표를 이루지 못해 아쉬웠지만, 내년에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박희영은 “지금 KLPGA를 보면 톱 30명 정도는 탄탄한 실력을 갖춰 세계에 내놔도 바로 우승할 수 있는 선수들”이라며 “KLPGA가 많이 성장한 것을 몸소 느꼈다”고 말했다. 국내 활동이 거의 없던 신지은은 이번 대회에 팬클럽까지 결성돼 “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럽다”며 눈물을 흘렸다.

30여 분의 수다가 끝날 무렵 ‘지금 가장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묻자 박인비는 “그냥 푹 쉬고 싶다”고 대답했고 동료들도 ‘동조’했다. 박인비는 “동료들과 함께 크래쉬 오브 클랜이라는 게임의 ‘정모’도 하는 등 골프 외에 다른 걸 하면서 놀고, 가족과 여행도 다니고 싶다”며 “충분히 놀았다 싶으면 훈련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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