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이 명문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기가 있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오히려 출신 학교, 부모 경력 등의 외부 요인이 인기에 작용했다는 후광효과가 드러나게 되면 대중의 역풍에 시달리기 십상이다. ‘나는 가수다’하고 크게 외치는 것보다, 차라리 ‘복면가왕’이나 ‘히든싱어’가 더 큰 화제를 불러 모은다.

사회 전 영역에서 잘 만들어진 스펙(spec)이 가장 큰 경쟁력이던 한때는 그렇게 빨리 저물었다. 심지어 신인 연예인을 선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언제부턴가 ‘끼와 재주의 완성도’가 아니라 ‘숨겨져 있는 날것의 호감도’를 대놓고 요구하고 있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모든 기획이 일종의 도박이다. 아무리 완성도 높은 기획을 했더라도, 그 연출을 구현하는 인간 자체의 호감이 사라지면 인기는 한순간에 증발한다. 인간의 업무수행능력과 작업기여도를 예측하고 객관화하려는 시도는 어느새 극한에까지 이르러 더 객관화할 수 있는 것이라곤 존재 그 자체의 내구성 하나만 남게 된 것이다.

호감(好感)이란 무엇인가? 쉽게 말해 느낌(感)이 좋은(好) 것이다. 외모나 실력, 매너 등과 같이 바깥으로 쉽게 드러난 면모 외에, 뭐라 콕 집어 설명할 수는 없지만 관계 그 자체로 좋은 것이다. 관계를 관계답게 만들어갈 줄 아는 인간에게 우리는 호감을 갖는다. 관계가 관계답다는 것은 현재 주어진 조건에 충실하다는 말이다. 동기나 목적부터 들이밀어 관계를 조작하려 하지 않고 늘 새로 만들어지는 현재적 관계에 충실한 것이다. 과거에 연연하거나 미래에 휘둘리지 않고, 지금 주어진 조건을 상세히 밝혀 현재를 늘 미래적 가치로 인식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인간에게서 모든 관계는 파생된다. 이러한 ‘관계다움의 원리’를 동의학에서는 ‘내경(內經)’이라고 한다.

‘내경’은 크게 세 가지 원리로 구성돼 있다. 첫째는 ‘소문(素問)’, 둘째는 ‘영추(靈樞)’, 셋째는 ‘운기(運氣)’라고 한다. ‘관계(內)가 관계답다(經)’고 말할 수 있으려면 이 세 가지 면에 모두 원리적으로 합당해야 한다. 먼저 ‘소문’이란 바탕 조건(素)에 대한 물음(問)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달리, 문제 제기가 투명해야 한다. 인간은 곧잘 진짜 의도는 감추고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관계를 시작하려고 한다. 관계의 시작부터가 투명하지 못하다. 그래 놓고 나중에 오해가 생기면 자기 진심을 호소하려 든다.

‘영추’란 그 물음을 던지는 인식의 궤적(靈)이 생활상에서 분명(樞)해야 한다는 것이다. 달리, 행위가 곧 생각이어야 한다. 내가 ‘생활하는 방식(樞)’이 곧 내 ‘정신상태(靈)’다. 게으른 만큼 오만한 것이다. 여기에 오차가 생기는 만큼 관계는 왜곡된다.

‘운기’란 관계 그 자체로 의지적(運)이고 목적적(氣)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달리, 관계의 투명성과 확실성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전망이 있어야 한다. 원리에 맞는 노력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의지와 방편을 갖춰 나가야 한다. 이 같은 관계의 토대가 분명히 서면 어느새 인간은 단순 호감을 넘어 사람다움을 생산성의 원동력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할 것이다.

카페방하 디렉터 lee_sy@egone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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