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노영민 맹비난 “정치혁신에 찬물 끼얹나”

노영민 “다들 단말기 사용
카드가 현금보다 투명해”

지역의원·총선출마자들
과거방식 출판기념회 여전
피감기관들 눈치보기 급급


노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서 출판사의 카드단말기를 이용해 직접 피감기관에 책을 판매한 사실이 확인되자 정치권에서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 ‘과거 공개출판기념회보다 더한 수법’ 등의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해 출판기념회가 정치인들의 음성적 정치자금 통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검찰이 수사에 나설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여의도에는 한바탕 ‘출판기념회 경계령’이 내려졌었다.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가 극도로 줄었고, 한다 해도 책을 아예 판매하지 않는 ‘북콘서트’ 형식으로 치르거나, 정가판매 원칙을 내걸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 의원 측은 ‘기발한 방법’을 동원했다. 합법성, 투명성을 높인다며 정가 판매, 카드 결제라는 원칙을 내세웠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의원실이란 폐쇄적 공간에서 의원이나 보좌관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책을 대량으로 판매한 것은 과거 출판기념회를 열어 공공연히 책을 팔던 것보다 나을 게 없기 때문이다.

한 새정치연합 의원은 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산하기관에 강매한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의원 역시 “정치 혁신, 정치 쇄신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며 한탄했다.

한 보좌관은 “봉투에 금일봉을 넣는 과거 관행보다 심한 수법”이라고도 했다. ‘봉투’는 기업이나 피감기관 입장에서도 수십에서 수백만 원의 현금을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카드로 결제할 경우 ‘접대비’ 형식으로 얼마든지 긁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보좌관은 “특히 카드 결제는 직접 대면을 한 상태에서 금액을 확인한 후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감은 더 커진다”며 “정가가 1만 원이든, 2만 원이든 관계없이 축하금 규모에 맞게 사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 의원은 “국회에서 출판기념회를 하면 다 출판사 카드 단말기를 가져와 현장에서 긁는다”며 “현금보다는 카드가 더 투명하다”고 설명했다.

과거 방식의 출판기념회도 여전히 존재한다. 한 보좌관은 “현역 의원들은 많이 줄었지만 지역 의원들이나 총선 출마자들의 출판기념회는 계속되고 있다”며 “2∼3권 값으로 10만 원 이상 봉투에 넣는 것이 보통 관례인데, 피감기관들은 오죽하겠느냐”고 말했다.

노 의원은 대학 시절 긴급조치 위반으로 구속된 경험이 있는 운동권 출신이다. 노 의원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비서실장을 지낸 최측근 의원으로 충북 청주흥덕을에서 17대 이후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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