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폐업절차 막지 못해 클리닉·요양병원 등 환자 유치
환불 약속 메시지 보낸후 잠적


병·의원 개업 대비 폐업률이 70%를 넘으면서 환자가 먼저 낸 진료비를 환불하지 않은 채 폐업하는 일명 ‘먹튀 병원’이 속출하고 있다. 현행법상 진료비를 환불하지 않아도 병원은 아무런 제재 없이 폐업절차를 밟을 수 있어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일 서울 강서구 보건소 등에 따르면 M병원이 지난 10월 5일을 기점으로 폐업하면서 환자들의 진료비 환불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다.

피해자 A 씨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병원 폐업 나흘 전 병원에 갔을 때도 마치 정상진료를 할 것처럼 돈을 받았다”며 “첫 진료를 받기로 한 날 폐업해 버린 뒤 환불해줄 것처럼 피해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놓고는 원장이 잠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M병원의 주요 진료 과목은 산부인과지만 피부클리닉과 비만클리닉을 동시에 운영하면서 많은 환자가 두 달에서 여섯 달치 치료비 10만∼100만 원을 선결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만 40명에 달하며, 해당 병원 홈페이지에도 1000건 이상의 글이 쇄도했다”며 “곧 강서경찰서에 병원 원장에 대한 고소장을 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M병원 원장은 이에 대해 “병원이 적자로 인해 폐업했고 일부 환자들에게 환불을 했지만 자금이 떨어져 환불이 지연되고 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환불하겠다”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 11월 23일에도 광주 광산구 송촌동의 S요양병원 대표 원장이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사라져 병원이 폐업할 처지에 놓인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 228명 중 224명이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에는 침술만으로 가슴 성형이 가능하다며 TV까지 출연해 환자들을 끌어모았던 서울 강남의 유명 한의사가 돌연 잠적해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4년도 병·의원 종별 신규·폐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병·의원은 6153곳이 신규 개업했고, 4495곳이 폐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업 대비 폐업 비율이 73%에 달했다. 진료과목별로는 산부인과가 50곳 신규에 76곳 폐업으로 152%의 폐업률을 보였다. 이밖에 영상의학과(100%), 성형외과(96.4%), 소아청소년과(85.5%), 신경과(83.3%) 등 순이었다.

보건소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병원이 환자들로부터 받은 진료비를 돌려주지 않았다고 해서 폐업 신청을 유보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며 “(소비자들의) 피해 부분은 형사고소나 민사소송, 소비자원의 중재 등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뿐”이라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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