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의 색깔을 드러내는 사실상의 첫 인사로 평가되는 삼성그룹의 2016년 정기 사장단 인사는 ‘안정 속의 변화’로 요약된다. 부실한 경영 성과를 낸 계열사를 대부분 매각하는 등의 사업재편의 와중에 그동안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이끌어왔던 주역들을 그대로 유임시키면서도, 주력 사업부의 리더들에 대한 ‘세대교체’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를 3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권오현 부품(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윤부근 생활가전(CE)부문 대표이사 사장, 신종균 정보기술·모바일(IM)부문 대표이사와 부문장을 맡기면서 책임은 지게 했지만, 실질적으로 사업을 주도할 사업부장 자리를 이끌어갈 리더를 교체해 분위기 일신에 나선 것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사장 승진자가 역대 최소에 이를 것이라는 당초 전망과 달리 지난해 승진자의 두 배인 6명을 승진시킨 것도 철저한 ‘신상필벌(信賞必罰)’ 원칙을 적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은 이와 관련, “불모지에서 신규사업을 일구어 낸 주역들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성과있는 곳에 보상있다’는 성과주의 인사를 실현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승진한 정칠희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 사장은 삼성그룹의 대표적인 ‘기술통’으로, 삼성 반도체 신화 창조의 주역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의 미래먹거리인 바이오 산업의 연구·개발(R&D)파트인 삼성바이오에피스 고한승 부사장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바이오 산업의 초기 정착과정과 나스닥 상장 등의 공을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 오너가(家) 승진과 직위·직책의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및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으로 선임한 것도 주목된다. 이로써 지난 9월 삼성물산으로 합병된 패션부문은 이서현 사장 원톱 체제로 운영된다. 오빠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의 첫 인사에서 패션 부문을 책임지고 이끌어나가게 된 것이다. 겸직했던 제일기획에서도 물러나 패션부문에만 더 전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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