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엄지, 소설집·장편소설 동시출간

2010년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이래 독창적인 이야기 구조와 개성적인 문체로 존재감을 각인시켜온 주목받는 젊은 작가 김엄지(27·사진)가 소설집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문학과지성)와 장편소설 ‘주말, 출근, 산책: 어두움과 비’(민음사)를 동시에 내놨다. 무지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복잡하고 난해한 세상과 대비시킴으로써 불가해한 세계를 더욱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이 젊은 작가의 작품 세계를 다각도로 볼 수 있다.

‘주말, 출근, 산책: 어두움과 비’는 2014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게재됐을 당시 ‘익명적 세계에 참여해 있는 익명적인 존재’를 통해 일상의 무의미한 반복을 그려내 신선한 충격과 기대를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소설은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삶을 살며 식욕, 수면욕, 성욕 등 기본적인 욕구만 소심하게 추구하는 주인공 E의 무의미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간결한 문체와 불연속적 장면으로 그려낸다. 크리스마스 즈음엔 여자를 만나기 위해 연락하고, 새해엔 일출을 보러 가고, 퇴근길에 동료들과 술을 마신다. 이 모든 것들은 계속해서 무한 반복된다. 그러는 사이 직장 동료가 실종되고, 그 자리에 새로운 인물이 대체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벌어지지만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E는 이 모든 것이 어딘가 모르게 폭력적이고 권태롭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만 생각은 거기서 더 나아가지 않는다.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거세된 주인공의 내면적 풍경은 20∼30대 젊은이들의 불안정성을 환기한다는 점에서 세대론적 독해를 불러일으키며 사회와 조직에 안착된 뒤에도 무의미, 단절, 불안, 고독의 패턴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무력감을 드러낸다.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 역시 연애, 취직, 여행, 결혼 생활 뭐든 제대로 해내는 것이 하나도 없는, 생각이 거세된 인물들의 삶을 그린 9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일상의 영역 그 밖을 상상하지 못하는 빈약한 삶을 그린 작품들을 두고 문학평론가 백지은은 “‘소설 속 세상이라기보다 소설의 표면’을 다루는 오직 삶의 무게, 아니 ‘무게 없음’을 형상화한 듯한 하나의 형식”이라 말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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