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님, 후원 차관이십니다.”
“안녕하십니까, 장관 각하.”
여자가 바로 인사를 하더니 웃음띤 얼굴로 머리만 조금 숙였다. 중국어를 쓴다.
“잘 오셨습니다. 후 차관.”
서동수가 손을 내밀자 여자가 손을 잡는다. 윗사람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 것이다. 여자의 손은 따뜻했고 부드러웠으며 가늘고 작았다. 눈웃음을 치는 눈동자가 맑았으며 입술은 단정했다. 여자는 중국 국무부 차관 후원, 중국의 특사 자격으로 한랜드를 방문한 것인데 밀사다. 비밀 입국을 한 것이다. 가명을 썼고 관광객에 끼어서 육로로 입국했다. 한랜드의 내란이 수습된 지 오늘로 열흘째. 소요는 진즉 진압되었지만 아직 한랜드 요소요소에는 남북한 군대가 경비를 서고 있는 상황이다. 접견실에서 마주보고 앉았을 때 서동수가 웃음띤 얼굴로 후원을 보았다.
“주석께서는 안녕하시지요?”
서동수의 중국어는 유창하다. 시선을 받은 후원이 따라 웃었다.
“예. 안부 말씀 전해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장관 각하.”
“이번 한랜드 사태로 걱정을 끼쳐 드렸습니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중국인 피해는 거의 없으니 다행입니다.”
“모두 장관 각하께서 배려해 주신 덕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유병선과 안종관도 중국어를 알지만 서동수만큼은 못하다. 그래도 둘의 말을 다 알아듣는다. 그때 비서가 각자의 앞에 인삼차 잔을 놓았다. 서동수와 후원은 마주보는 위치였고 유병선, 안종관은 좌우에 갈라 앉았다. 그때 후원이 입을 열었다.
“장관 각하, 한민족과 중국은 5000년 형제국입니다. 우리는 같은 핏줄이지요.”
“그렇지요.”
서동수가 거침없이 동의했을 때 후원이 말을 이었다.
“이번에 삼합회의 왕춘은 중국 정부에서 제거한 것입니다. 장관 각하께서도 짐작하고 계시리라고 믿습니다.”
이제 서동수는 시선만 주었고 후원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왕춘은 국가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에 처벌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과는 드리라고 지시를 받았습니다.”
“알겠습니다.”
서동수가 지그시 후원을 보았다. 이미 후원에 대한 조사는 했다. 국무부 차관으로 공산당 서열 52위, 고위층에 해당된다. 베이징대, 미국 예일대 졸, 47세. 28세에 당간부 자식과 결혼했다가 2년 만에 이혼, 후원의 부친은 상하이 부시장을 지낸 명문가이다. 서동수가 입을 열었다.
“오늘 저녁에 같이 식사를 하시지요.”
“예, 장관 각하.”
예약이 되어 있었지만 후원이 앉은 채로 머리를 숙였다.
“초대 감사합니다.”
갸름한 얼굴, 가는 눈썹, 초승달 같은 눈이 반짝이고 있다. 포사가 이런 모습이었는가? 아니다, 포사는 잘 웃지 않았다고 했다. 비단 찢는 소리에 웃었다던가? 서동수는 후원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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