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기금 합의’ 후폭풍 확산 액수·조성방법 등 의견 조율 없이
FTA민대위, 마지못해‘동의성명’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인한 농어업 피해 지원을 위해 기업 돈으로 1조 원 규모 상생기금을 조성한다는 여야정 합의 과정에서 기금 조성의 주체가 될 재계 입장은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결정한 뒤 사실상 반(半)강제적 동의를 받아낸 정부와 정치권의 ‘갑질’이 도가 지나쳤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문화일보 12월 1일자 3면 참조)

2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30일 FTA 민간대책위원회(민대위) 공동위원장과 전국경제인연합회장 등 경제 5단체장 명의로 발표됐던 ‘한·중 FTA 여야정 협의체 합의 환영 및 비준 촉구’ 성명서는 사실상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성명서는 “상생기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기금 설치에 대해 동의하는 뜻을 나타냈지만, 사전에 정부와 민대위 간에 1조 원이라는 액수는 물론 기금 조성 방법에 대해서도 아무런 의견조율이 없었다. 정부의 재촉에 민대위 측은 어쩔 수 없이 동의 의사를 표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민대위의 성명서가 나온 과정을 보면 여야정의 갑질은 더욱 분명해진다. 30일 오전 여야정 협의체는 상생기금을 1조 원 규모로 한다는 데 합의했으나, 민대위 측에 의사를 물어오기는커녕 아무런 통보조차 없었다. 급기야 민대위 측에서 정부 측 관계자에게 상황 설명을 요청했고, 이날 오전 10시쯤에야 대강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여야정 협의체가 끝난 뒤 한·중 FTA 비준 동의안을 처리할 국회 본회의가 시작하는 오후 4시 이전에 의사를 피력해야 했던 민대위 측은 불과 4∼5시간 만에 동의 성명서를 내놨다. 각 경제단체 기업 회원사들의 의견을 물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은 당연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5개 경제단체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 일단 한·중 FTA 비준이라는 큰 틀에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면서 “기금 조성에 대한 구체적 계획도 전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시간 만에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건 ‘사실상 강요’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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