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 거장 이우환 화백
연세대서 ‘삶, 예술’특강
‘위작작품’ 논란에는 침묵


“작품 이해의 정답은 없다.”

고 백남준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작가로 꼽히는 이우환(79·사진) 화백이 연세대와 (재)플라톤아카데미가 공동주최한 대중강연 ‘인문학 아고라-한국인, 우리는 누구인가’의 강사로 나서 현대미술과 자신의 예술세계, 그리고 삶에 대해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특히 이날 강연은 3년 전부터 이 화백의 그림을 둘러싸고 ‘위작작품’ 논란이 거센 가운데 오랜만에 대중 앞에 나선 것이어서 주목받았다.

1일 오후 연세대 대강당 연단에 오른 이 화백은 본인의 난해한 작품에 대해 “평론가들의 작품 해석이 원작과 거리가 있다고 할지라도 그 같은 ‘오해’도 작품과 연관되는 것이고 왜곡되고 부풀려지는 것도 작품의 운명”이라며 “작품 이해의 정답은 없다”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 ‘위작 논란’과 관련해 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말이었다. 이어 그는 니체, 칼 마르크스, 발터 벤야민 등의 철학이론으로부터 요셉 보이스 등 현대미술의 거장들 작품을 예로 들며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해 “자크 데리다는 ‘말해진 것만이 세계’라고 했지만, 나는 하얀 캔버스 위에 찍힌 점 하나, 철판 위의 돌 한 점 등 최소한으로 그리며 조각해 최대한의 효과를 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60여 년 전 일본으로 건너간 이 화백은 캔버스와 붓의 역할을 일방적으로 규정짓는 기존의 틀을 깨고 돌, 철판, 종이 등의 소재를 있는 그대로 제시하자는 ‘모노하(物派)’ 운동을 이끌며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특히 그의 작품은 한국 추상미술의 새 사조인 단색화 인기와 맞물려 국내외 각종 미술품 경매에서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1977년 작 ‘점’(291×162.1㎝)은 2012년 서울옥션의 홍콩 경매에서 196만1181만 달러(약 23억 원)에 팔려 자신의 낙찰최고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3년 전부터 1970년대 제작된 ‘점으로부터’와 ‘선으로부터’ 등의 작품에 위작 시비가 일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화백은 이날 강연에서 자신이 해외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전시 등을 많이 갖는 것에 대해 “예술가적인 호기심에 현대미술이 사람은 물론 사물과 공간 등 타자와의 상호성과 양면성을 전제로 한다는 생각이 더해져 한국에 안주하지 못하고 평생 외국을 떠돌며 생활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 화백은 이날 위작 시비 등을 의식한 듯 강연 전후에 문화일보가 요청한 인터뷰는 거듭 사양했다.

글=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사진=김낙중 기자 sanjo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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