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 / 인하대 대외부총장·경제학

국회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한·베트남 FTA, 한·뉴질랜드 FTA 및 한·터키 FTA 2건(서비스무역 협정·투자 협정) 5건의 FTA 비준안을 지난 30일 처리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서 단 하루에 5건의 FTA 협정을 비준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이중 세간의 관심을 끈 것은 협정 서명 183일 만에 국회 문턱을 넘은 한·중 FTA였다. 서명 이후 6개월 만에 국회 비준 동의안이 통과된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무엇보다, FTA 선점(先占) 효과를 여야 정치권 모두 인정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제1위 교역 대상국인 중국과의 FTA를 하루바삐 이행시켜 우리 기업이 FTA 실익을 누리도록 해야 한다는 사실을 국회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얼어붙은 내수경기가 정부의 각종 경기부양 정책에도 꿈쩍도 하지 않고, 세계 경제 성장 부진과 시진핑 정부의 질적 성장 채택으로 대(對)중국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한·중 FTA 비준 반대는 설득력이 약했다.

다음으로, 미국과 일본이 주도해 지난달 협상을 타결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위기감이 한·중 FTA 연내 비준을 반대하던 야당의 입지를 좁혔다. 이들 협정 각각은 우리나라 통상 역량을 총집결해 협상해야 하는 것이지, 2개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무리였다. 2개 협정 모두 장단점이 있으나 국익 차원에서 정부는 한·중 FTA에 방점을 두었다.

또한, 한·중 FTA는 농업 개방을 최소화했기에 농업계는 물론 야당도 딱히 반대 명분을 찾기 어려웠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2단계 FTA 협상을 통해 농업 개방 범위를 최소화한 후 주요 내용을 협상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농산물이 중국과의 FTA 영향을 받지 않도록 했다. 우리의 농업 보호 양허안에 대응해 중국은 제조업 개방을 대폭 줄임에 따라 한·중 FTA의 시장 개방은 양국에 부담되지 않는 수준에서 타결됐다.

한·중 FTA 비준 필요성에 대한 통상(通商) 당국의 집중적인 홍보 활동도 국회 비준에 큰 몫을 했다. 한·중 FTA 이행 지연으로 하루 4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구체적인 홍보 활동에 야당은 속수무책이었다. 중국과의 FTA 이행 시 예상되는 연간 대중국 수출 증가액을 근거로 계산된 이 수치에 대해 야당은 대응을 하지 못한 반면, 정부와 여당은 ‘하루 40억 원 손실’을 일관되게 주장함으로써 여론을 움직일 수 있었다.

올해 중반 정부 당국이 한·중 FTA로 인한 피해 산업 대책을 강구하던 과정에서 농업계와 농정 당국은 ‘무역이익 공유제’를 제안했다. FTA 수혜 업종으로부터 재원을 모아 피해 업종을 지원해 주자는 주장은 한·칠레 FTA 비준 당시에도 제기됐으나, 법률적·경제적 및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아 더는 거론되지 않던 사안이다. 무엇보다 기업의 이익에서 FTA 혜택을 구분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이러한 문제점을 알면서도 한·중 FTA 비준 과정에서 무역이익 공유제 입법을 제안한 것은 다분히 인기 영합적인 포퓰리즘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FTA 비준 동의안이 처리된 것은 다행이다. 통상 당국은 중국과의 협의를 통해 올해 중 협정을 이행시켜야 한다. 또한, 1조 원대 농업상생기금이 기업의 자발적인 기부로 이뤄져야지 준조세 형태로 부과돼선 안 된다. 마지막으로, 격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한·중 FTA가 한반도 안정과 대중국 관계 강화에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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