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기온 높아져 박테리아 변이”
지난 5월 중앙아시아 초원에서 멸종위기종 사이가산양(사진) 20여만 마리가 집단 폐사한 것은 기후변화 탓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프랑스 파리에서 제21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사이가산양의 폐사 문제가 재조명되며 기후변화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행동이 요구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런던 왕립 수의과대 리처드 코크 박사 연구팀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과학학술회의에서 무해했던 사이가산양 몸속의 박테리아가 지난 5월 기후 변화 및 악천후로 인해 치명적인 병원균으로 변해 폐사를 일으켰다고 발표했다. 기후 변화 때문에 사이가산양 서식지역의 5월 평균기온이 높아졌고, 박테리아에 관한 과거 연구에서 확인된 ‘온도가 높아지면 일부 무해한 미생물이 독소의 생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론에 미루어 사체의 혈액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한 것이다. 당시 사이가산양 집단폐사 사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로켓 발사 당시 흘러나온 연료가 돌연사의 원인일 것으로 추정했지만 독성 화학물질이나 방사선이 토양 및 물 표본에서 발견되지 않아 미스터리로 남겨졌던 게 사실이다.
코크 박사는 NYT에 “야생동물의 질병과 관련해 많은 연구를 해왔지만 이번 박테리아는 동물이 견뎌낼 수 없는 매우 심각한 것이었다”며 “생물학적으로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반응을 일으키는 기후가 확장되면 1년 이내 사이가산양이 멸종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이가산양은 중앙아시아 지역에 서식하는 소과의 포유류로 코에 살이 많아 마치 코끼리의 코를 축소해 놓은 것처럼 보이며 왕코산양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1990년대 들어 뿔을 약에 사용하기 위해 밀렵이 늘었고 개체 수가 5만 마리까지 줄었지만 보존 노력 덕분에 수십만 마리까지 회복, 현재 시베리아 서부, 몽골 등지에 서식하고 있다.
앞서 5월 프랑크푸르트 동물학회의 슈테펜 주터 연구원은 사이가산양 최대 번식지 카자흐스탄 베트파크-달라 개체군의 번식지를 방문해 엄청난 숫자의 사체를 발견했다. 6월 주터의 연구팀은 항공사진으로 정확한 사이가산양의 사체 숫자를 파악했고, 최소 21만1000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이 지역 개체의 88%이며 종 전체의 절반이 넘는 숫자라고 NYT는 설명했다.
지난달 사이가산양 멸종 방지를 위한 회의에서 보존 단체들과 카자흐스탄, 몽골, 러시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향후 5년간의 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에는 각국 정부가 사이가산양의 이주 경로를 확보하고, 제한된 구역 내에 번식을 목적으로 하는 개체 수를 늘리는 방법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사이가산양 보존협회 엘레노어 밀너-걸랜드 회장은 NYT에 “현재로써는 또다시 발생할지 모르는 사이가산양 집단 폐사 사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이가산양 개체 수를 늘리는 단순한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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