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연아 기자 y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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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내역 등 빅데이터 활용 신용 평가 '대출되셨습니다'
계좌번호 대신 상대 ID 누르고 돈 이체 '송금되셨습니다'


23년 만에 은행 시장에 새로운 사업자가 나타났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1월 29일 임시회의를 통해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과 ‘케이뱅크(K뱅크)’ 컨소시엄에 은행업 예비인가를 내주면서 빠르면 2016년 하반기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가시화됐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내세우고 있는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금융서비스 이용 수수료를 낮추고 예금금리는 높이며, 대출은 싸고 쉽고 빠르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이 은행산업의 판도를 바꿀 ‘메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 인터넷전문은행이란

은행의 모든 금융서비스를 인터넷상에서 제공하는 은행이다. 오프라인 지점을 토대로 하는 기존 은행과 달리 인터넷전문은행은 물리적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전적으로 사이버 공간을 출발점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 환경을 편의를 위해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오프라인 은행의 인터넷 뱅킹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법적 실체에 있어 명확히 구분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점포가 아예 없거나 극소수로 운영되기 때문에, 점포를 유지하는 데 소요되는 막대한 고정비를 절감할 수 있다.

오프라인 은행과 달리 365일, 24시간 제한 없이 운영한다는 점도 강점이다. 핀테크(IT금융)가 세계적인 흐름으로 인식되면서 국내 핀테크 산업육성과 관련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통해 이용자의 편의를 제고하고 금융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금융위원회에서 지난 6월 관련 계획안을 발표하고 11월 29일 임시회의를 통해 카카오뱅크와 K뱅크 컨소시엄에 은행업 예비인가를 내줬다.

2. 2곳 인가 - 1곳 탈락

이번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는 1992년 평화은행 이후 23년 만에 은행 시장에 신규 사업자가 진입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 접수 결과 카카오뱅크, K뱅크와 인터파크 주도 ‘아이(I)뱅크’ 컨소시엄 등 3곳이 신청했으나 카카오뱅크와 K뱅크가 선정됐다. 은행업 인가심사와 관련하여 금융·법률·소비자·핀테크·보안·회계·리스크 관리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외부평가위원회는 떨어진 아이뱅크 은행 컨소시엄에 대해 “자영업자에 집중된 대출방식의 영업 위험이 높고 안정적인 사업운영 측면에서 다소 취약한 것으로 평가 된다”고 의견서를 제출했다.

반면 카카오뱅크에 대해서는 카카오톡 기반 사업계획의 혁신성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사업 초기 고객기반 구축이 용이한 것으로 평가되는 등 안정적으로 사업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K뱅크에 대해서도 참여 주주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여 다수의 고객 접점 채널을 마련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 편의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3. 대출금리↓ 예금금리↑

시장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지점을 기반으로 한 기존 시중은행들보다 높은 예·적금 금리, 저렴한 수수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점포 없이 온라인으로 운영돼 임대료, 인건비 등의 비용이 적게 들고 그만큼 예금 금리를 더 주거나 대출 금리를 깎아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카카오은행은 3800만 명이 쓰는 소셜미디어 ‘카카오톡’을 활용한 새로운 신용평가 기법과 중금리 대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신용정보 외에 쇼핑 정보,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온 정보 등을 활용해 10%대 중금리로 대출해주겠다는 계획이다. 또 ‘소비자-결제대행(PG)사-신용카드-가맹점’으로 이어지던 지급결제망을 카카오앱을 활용해 ‘소비자-가맹점’으로 단순화해 수수료를 낮추는 모델도 제시했다.

K뱅크는 2000만 중신용 서민과 560만 자영업자, 2040 모바일 세대를 대상으로 계좌개설, 지급결제, 수신, 여신, 자산관리 등에 대한 전방위적인 혁신을 진행하겠다는 복안이다. 은행 예금보다 최대 1.2%포인트 높은 금리를 줄 계획이다. 이를 현금으로 받거나 최신 영화·음악을 다운로드받는 데 쓸 수도 있다. 매월 내는 통신요금을 할인받는 것도 가능하다. 소셜커머스업체 ‘티켓몬스터’의 무료배송 쿠폰으로 이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4. 빅데이터 활용 신용평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신용등급 평가 방식은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의 금융권 거래 경력만을 가지고 신용등급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온라인 쇼핑 결제내용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 신용등급을 평가한다. 현재 카카오뱅크 등은 기존 신용평가사 자료에 컨소시엄에 참여한 온라인쇼핑몰(지마켓, 예스24 등) 등의 고객 정보를 함께 반영해 신용등급을 평가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가정주부나 대학생 등 금융거래 실적이 없어 기존 은행에서는 신용등급 산출이 안 되거나 불리한 등급을 받던 고객도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신용등급 6~8등급을 대상으로 한 상품을 준비 중이다. 신용등급 자체가 없는 대학생도 통신요금 결제 내역 등을 토대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리도 20%가 넘는 저축은행에 비해 10%대로 확 줄였다.

5. 차별화된 서비스는

카카오뱅크는 ‘내 손 안의 은행’을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활용해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톡 플랫폼은 카카오뱅크의 가장 큰 무기다. 카카오뱅크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앱투앱결제’로 고객과 가맹점을 직접 연결해 카드 수수료 비용 등을 절감하고 카카오톡과 연동해 계좌번호 없이 카톡 아이디만으로 송금할 수 있는 간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차별화된 신용평가모델을 통한 중금리 시장 혁신도 주요 사업전략이다. 이밖에도 기존 카카오 시스템 활용에 따른 정보기술(IT) 비용 절감, ‘카카오 유니버설 포인트’ 혜택, 재정관리와 맞춤상담을 자동응답으로 제공하는 ‘금융봇’ 서비스 등도 카카오뱅크가 내세우는 혁신 지점이다.

K뱅크는 혁신적 사업모델로 비대면 인증과 빅데이터 신용평가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예금 및 대출상품 등을 내세웠다. K뱅크는 특히 압도적인 빅데이터를 보유했다는 점을 내세워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금융 이력만이 아니라 주주사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세분화한 평가모형을 구축, 1금융권과 2금융권의 사이에서 2000만 명의 고객에게 10%대의 중금리 대출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또 통신과 예금을 결합해 금리 외에도 음성·데이터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디지털 콘텐츠와 결합해 콘텐츠 이자로 VOD 서비스나 최신 음악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6. 편의점·우체국이 무인점포

K뱅크는 현재 편의점과 공중전화 부스를 이용한 무인점포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인회 K뱅크 컨소시엄 단장은 “동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 동네 네오뱅크’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KT가 보유한 전국 1000여 개의 공중전화와 1만 개의 GS리테일 편의점을 무인점포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K뱅크는 KT의 공중전화 부스를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ATM을 통해 고객은 단순 입출금부터 계좌개설, 비대면 인증, 소액대출까지 가능하다. 더불어 K뱅크는 GS리테일 편의점도 오프라인 창구로 활용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주주인 우정사업본부의 우체국망을 ‘옴니채널(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무는 이용환경)’로 활용할 계획이다.

7. 해외 사례

미국·유럽·일본 등 해외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인터넷전문은행이 틈새시장 중심의 전략을 통해 경쟁을 활성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1995년 인터넷전문은행이 최초 설립됐다. 미국의 인터넷전문은행은 도입 초기 IT 붐에 힘입어 금융거래의 주류를 형성할 것처럼 보였지만 낮은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로 인해 고객 확보에 실패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통적 은행들의 수익성이 크게 위축되면서 새로운 점포전략의 일환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 가능성이 재차 부각됐다.

특히 미국은 은행계(사업부), 보험·증권 등 비은행계 금융사 자회사 및 산업자본(IT기업 포함)의 자회사 등 다양한 형태로 운용 중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인터넷은행 ‘찰스슈워브’는 증권사가 모기업이다. 인터넷을 통해 자산관리 및 투자금을 운용해 수익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다. 미국의 ‘앨리뱅크’는 자동차 회사 GM의 금융 계열사다. 인터넷으로 자동차 할부금융을 중심으로 금융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미국의 앨리뱅크와 비슷하게 유럽에는 BMW뱅크, 벤츠뱅크 등이 있다. 일본에서는 은행업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제정된 2000년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했다. 2014년 현재 SBI스미신, 다이와넥스트, 소니뱅크, 라쿠텐, 지분, 더재팬넷 등 6개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을 하고 있다.

8. 은산분리 완화 시급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10%(의결권 4%)로 제한한 규제다.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한 카카오 등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는 현재 은산분리를 규정한 은행법에 따라 10% 이하로 묶여 있다. 사실 카카오뱅크는 10% 지분을 가진 카카오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대주주는 한국투자금융지주(50%)다. K뱅크는 우리은행과 한화생명, 다날이 각 10%, KT가 8%를 보유한 과점주주 체제다. 현재 업계에서는 IT와 금융 간 융합을 통해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창출하고 은행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라도 기존 금융권이 아닌 정보통신기술(ICT)기업 등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법에서는 대기업집단이 아닌 ICT기업 등도 은행 지분 보유가 제한돼 실질적인 경영권을 갖고 인터넷전문은행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지적에 따라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보유 한도를 50%까지 확대하고, 1000억 원의 최소자본금도 250억 원으로 낮추는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9. 향후 절차

내년 하반기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의 이번 카카오뱅크와 K뱅크에 대한 예비인가는 현행 은행법에 따른 은행업 인가로 두 은행은 인적·조직·전산설비 등 물적 요건을 갖추어 향후 개별적으로 본인가 신청을 해야 한다. 금융위로부터 본인가를 받으면 원칙적으로 6개월 내 영업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시기는 내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 제도 도입을 위한 은행법 개정 작업이 이뤄지면 2단계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추가 인가할 계획이다.

10. 금융시장에 끼칠 효과

현재 금융당국은 ICT기술과 금융이 융합한 인터넷전문은행이 문을 열면 금융소비자의 편익이 크게 증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이 정착하면 기존 금융권에서 원활하게 공급하지 못하던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한 중금리 신용대출과 모바일을 통한 원스톱 금융서비스(간편 결제 및 송금 등)가 활성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새로운 경쟁자 및 차별화된 사업 모델이 출현함으로써 은행 간 경쟁이 촉진되고 기존 은행의 인터넷뱅킹서비스 개선 노력이 촉발되는 등 금융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과 함께 이와 연계한 ICT 등 유관 산업까지 합쳐져 질 좋은 일자리가 더 많이 생겨나고 핀테크 활성화와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모델 구축 등을 통해 은행 산업의 해외진출 활성화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정경·장병철 기자 verite@munhwa.com
박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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