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 리디아 고, 이보미. 올해 한국, 미국, 일본 여자골프투어에서 상금왕을 차지한 ‘골프여왕’들입니다. 이들에겐 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무한 긍정의 힘을 가진 ‘멘털의 여왕’이기도 합니다.
전인지는 올 시즌 국내에서만 5승을 포함해 한·미·일 3개국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며 ‘메이저 퀸’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전인지는 “갈수록 골프가 재미있어진다”면서 골프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는 또 “골프를 할 때 즐겁고 행복한 생각을 하느냐, 우울하고 실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자세도 달라지는 것 같다”면서 ‘긍정’을 역설합니다.
리디아 고는 18세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이 돋보입니다. 시즌 중반까지 2승을 거두고도 박인비에게 눌렸지만 후반 들어 3승을 추가하며 상금왕을 포함해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했고, 세계랭킹 1위도 굳건히 지켰습니다. 리디아 고는 심리학을 전공한 데 대해 “13년 동안 골프를 했기에 골프 관련 공부는 하기 싫었다”면서 “세상의 다른 면을 좀 더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골프채만 잡으면 눈빛이 달라진다는 리디아 고는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며 “앞으로 (박)인비 언니의 퍼팅과 정신력을 배우겠다”는 다부진 각오도 밝혔습니다.
일본 진출 4년 만에 상금왕에 오른 이보미는 시즌 7승과 함께 일본 남녀프로골프 사상 단일 시즌 최고 상금(2억3000만 엔) 기록을 세웠습니다. 시즌 초반 6차례나 준우승에 그치면서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중반 이후 승승장구했습니다. 이보미는 “한 번도 ‘할 수 없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언론조차 “실수하고 표정과 자세가 변하는 일본 선수는, 늘 일정한 페이스와 걸음걸이를 유지하고 생글생글 웃는 이보미를 상대할 수 없다”고 평가합니다. 일본의 골프스타 이시카와 료는 “이보미의 플레이에선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이보미가 마음껏 플레이하는 데 놀라움을 표시했습니다.
대회마다 우승을 사정권에 둔 선수들은 ‘1%의 차이’가 챔피언을 결정짓는다고 합니다. ‘99%의 자신감’이 있다 해도 ‘1%의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면 결과는 달라집니다. 우승을 다투는 승부처에서 평소와 같은 플레이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입니다. 실수해도 미소를 잃지 않는 것은 흔들림 없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첫눈 소식과 함께 저물어 가는 올해 골프를 반성해봅니다. 어이없는 샷 실수를 하고도 화 대신 쿨하게 넘겼던 적이 과연 있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