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지적진영논리 매몰·표에만 목매 공천룰 개정·투표관행 변화 국민이 심판에 나서야 할 때
2016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드러난 총선용 지역예산 챙기기, 예산안 졸속·부실 심사, 법안 연계 관행의 부작용은 결국 국회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고질적인 병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회선진화법 개정, 국회 기능 정상화, 투표를 통한 응징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내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은 2조 원 이상의 지역 예산을 늘리고, 예산결산조정소위원회 위원을 하루만 하는 ‘인간쪽지’ 구태를 보였고, 예산과 무관한 법안 장사를 하면서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어겼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4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도부가 법안 주고받기, 예산안 나눠 먹기 협상을 하는 지금 같은 상황이면 국회의원 300명이 필요 없고 10명만 있어도 된다”며 “국회 기능, 상임위 입법권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법 하나하나가 다 민생과 직결돼 있고 국가 미래와 관련돼 있는데 예산만 통과시키면 된다는 절박함 때문에 졸속 입법을 하게 되면 국회 존재 이유를 스스로 망가뜨리는 것”이라며 “국회선진화법이 있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 본질적 기능이 예산 심의, 입법 기능인데 국회의원들이 죄다 본질적인 부분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진영 논리에 빠져 허우적대거나 자기 지역구 예산 확보해서 재선되는 데 매몰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국회 기능의 정상화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고 국민을 우습게 보니 (국회) 안에서 개판 치는 것”이라며 “제도를 갖고 개선하는 수준은 넘어섰기에 이제는 국민이 응징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잘못된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고 의원들이 자율성과 소신을 갖고 일하게끔 공천 제도를 바꾸는 것과 함께 국민의 묻지마 투표 관행도 바꿔야 한다”며 “19대 국회의원 절반 정도를 선거로 떨어트리면 그나마 의원들이 정신 차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본적으로 국회 기능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며 “의원들이 국민 혈세를 어떻게 쓰는지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인지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예산안 심의를 결산부터 미리미리 잘하는 기본적인 것부터 지켜야 한다”며 “법안 연계, 입법 거래도 잘못된 것인 만큼 개별 법안은 개별 법안대로, 예산은 예산안대로 심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