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재정전략협의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의무지출 10兆 추가되면 2060년 89%로 높아지고 기초연금 인상 땐 99%로
재량지출 10% 감축하면 38%로 줄지만 비현실적 “재정 소요 감안하지 않은 새로운 복지정책 자제를”
정부가 4일 내놓은 ‘2060년 장기재정전망’은 우리나라가 현재의 재정 지출을 유지한다고 해도 40여 년 후에는 재정 건전성이 급속도로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부가 이번 전망을 내놓기 위해 전제한 ‘가정(假定)’은 매우 보수적이다. 한국 사회가 지금처럼 국가 성장전략에 합의하지 못하고 갈등으로 국력을 소모할 경우 정부의 전망보다 훨씬 더 재정이 악화할 가능성조차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부는 재량 지출이 경제 규모가 성장하는 수준(경상성장률)만큼 증가할 경우(시나리오 1)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16년 42.3%에서 2060년 62.4%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매년 증가하는 재량 지출 중에서 10%를 삭감할 경우(시나리오 2)에는 2060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38.1%로 안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사족(蛇足)’처럼 붙여놨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정부도 잘 알고 있다.
추가로 대규모 재정 소요가 필요한 일이 발생하면 재정 건전성은 어떻게 변할까. 기획재정부는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잠재 위험’이 재정 건전성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분석 결과를 내놨다.
예컨대 대통령 선거 등의 영향으로 2020년쯤에 10조 원 규모의 의무 지출이 신규로 도입될 경우 2060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7%포인트 높아진다. 정부가 내놓은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 1에 이 같은 가정을 더할 경우 2060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89.4%로 높아진다.
기초연금이 국민연금 가입자의 소득에 연계돼 인상될 경우에는 2060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37%포인트 상승한다. 시나리오 1에 이 같은 가정을 더하면 2060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99.4%가 된다. 구조 개혁이 저조해 경상성장률이 평균적으로 매년 0.8%포인트 하락할 경우 2060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2%포인트 상승한다. 시나리오 1에 이 같은 가정을 더하면 2060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94.4%가 된다.
이러한 3가지 시나리오가 한꺼번에 발생할 경우에는 2060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현재보다 2.74배 상승한 158.4%로 껑충 뛰게 된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들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평균치 115.4%를 훌쩍 뛰어넘게 되는 것이다.
‘위에서 예시한 3가지 상황이 한꺼번에 현실화하기야 하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정치권이 선거철만 되면 무책임한 공약을 보따리째 쏟아내고, 소득이나 물가 상승에 따른 연금 인상 목소리가 커지고, 이익 집단의 반발에 밀려 노동·공공·금융·교육 등 4대 부문 구조 개혁 추진이 지지부진한 현 상황을 고려하면 3가지 상황이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현재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OECD의 평균보다 낮다는 것을 근거로 복지비용 증가로 인한 재무 건전성 악화에 대해 안이한 생각을 갖는 게 위험한 발상이라는 얘기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장기재정전망 결과는 앞으로 재정 소요를 감안하지 않고 새로운 복지 정책 등을 내놓는 일 등은 극히 신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대로 된 경제성장 전략도 없이 재정지출에만 의존하는 경기부양 정책의 한계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