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한국인 최초 ‘심리부검 전문가’ 자격증 획득 서종한 씨경찰청 프로파일러 출신
40개 사례 분석 유형 재구성
“예방 위한 적극적 관심 필요”


“심리부검의 핵심은 자살자가 정말 죽겠다는 의지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사건 현장에서 죽겠다는 의지를 찾느라 애쓰다 보면 죽겠다는 의지가 사실은 살고 싶다는 의지였다는 것을, 제발 살려 달라는 내면의 호소였음을 알게 됩니다. 한국 사회는 자살자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관심과 이해를 가져야 합니다.”

경찰청 프로파일러 출신으로 한국인 최초로 미국 심리부검 전문가 자격을 획득하고 현재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대 법심리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서종한(37·사진) 씨. 그는 최근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우리에게 낯선 심리부검을 소개한 ‘심리부검’(학고재)을 출간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심리부검은 자살한 사람이 남긴 자료를 분석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면담을 통해 사망자가 자살에 이르게 된 원인을 찾아내는 과학적 도구이다. 1950년대 미국 수사기관에서 자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탐문 절차로 시작됐지만 지금은 선진 각국에서 자살 예방을 위한 국가적 노력의 첫 단계로 광범위하게 실시하고 있다.

3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서 씨는 “숱한 현장 조사를 하면서 자살자와 필자가 근본적으로 아무 차이가 없다는 사실과 자살자가 경험한 고통에 찬 세상과 제가 살아가는 멀쩡해 보이는 세상이 같은 곳이라는 사실에 항상 충격을 받는다”며 “우리 사회는 아직도 자살을 남의 일로, 뭔가 이상한 사람들이 하는 일로 가볍고 냉정하게 취급한다”고 말했다.

책은 40여 개의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심리부검을 알기 쉽게 소개하는데, 위장 자살, 직장 따돌림 자살, 가축 살처분에 따른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자살 등 다양한 사건들을 세심한 면담과 꼼꼼한 조사로 추적해 자살자들이 마지막 실행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재구성하고 있다.

경찰청 프로파일러로 일하던 200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심리부검 보고서를 쓴 것이 계기가 돼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우리나라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다. 더 심각한 것은 자살률이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일부 부서가 아니라 자살과 관련된 여러 부처가 자살 예방이라는 긴박하고 절실한 공감대를 갖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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