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 논설위원

‘폭풍 왔다 간 자리에/ 어여쁜 꽃 한 송이/ …폭풍이 뿌리고 간 씨앗이/ 피워낸 꽃/ 폭풍만큼 크고/ 그 열정만큼 진한 꽃/ 하늘 아래/ 딱 한 송이.’

최근 ‘시집 강매 논란’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의 시집에 나오는 대표 시(詩)이다. 주로 서정적인 시를 써온 노 의원이 8년 만에 그동안 썼던 시 70여 편을 모아 펴낸 시집이 여느 기성시인의 시집보다 더 알려졌다. 8000부를 찍어 일시에 수천 부가 나갈 정도로 출판계에 베스트셀러로 등극했지만 이 시집은 서점에서 팔지 않는다. 오직 의원회관에서 수십 권을 카드로 사야 결제가 되는 모양이다. 노 의원이 딱 한 번 결제했다고 밝혀 ‘하늘 아래 딱 한 번’ 패러디까지 등장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테니 틀린 말도 아니다. 대부분 국회의원들이 낸 책은 이렇게 서점에서는 구입하기 힘들고, 필요한 사람이 출판기념회에 가서 보통 정가 1만5000원인 책을 많게는 수백만 원어치 사야 되는 ‘귀한 책’인 것은 마찬가지다. 노 의원의 경우 출판사에 3000만 원을 주고 책을 제작했다니, 1만 원씩 받아도 8000부를 팔면 5000만 원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노 의원 측은 처음엔 의원회관에 카드 결제기를 가져다 놓고 계산을 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정치자금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등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을 사퇴하고 불 끄기에 나섰다. 그는 문재인 대표의 최측근이다. 신기남 의원은 로스쿨 다니는 아들이 종합시험에 낙제하자 학교를 찾아간 것이 논란을 빚었고, 윤후덕 의원도 로스쿨 졸업한 딸을 기업에 취업시킨 것이 문제가 됐다.

이들은 다 친노(親盧)에 친문(親文) 인사들이고, 약자들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을지로 위원회’ 소속이다. 아무리 정치인이라고 해도 이 정도면 표리부동(表裏不同)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첫 반응이 “뭐가 문제냐”는 식의 불감증도 닮았다. 막스 베버가 제시한 ‘신념윤리’ ‘책임윤리’ 중 책임윤리가 실종됐다. 신념윤리도 의문이다. 선거에 연전연패하면서도 책임을 지지 않는 문 대표와도 닮은꼴이다. 상대방 눈의 티끌은 참을 수 없으면서도 자신의 눈에 있는 대들보는 보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기는커녕 분노의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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